1900년 이후의 미술사: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펙터클한 미국 역사에 등장한 4명의 사진가

다시 돌아온 800쪽이 살짝 넘는 책,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이야기입니다. 464쪽부터 며칠 읽었으니 반은 넘긴 셈입니다. 이번 글은 무엇보다 많은 사진가가 등장합니다. 왜 〈1959d〉라고 분류했을까 싶습니다만, 해당 시기는 대공황 이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부를 획득한 미국이 스펙터클한 소비사회로 변모한 시기이며 이후 1960년대는 각종 암살사건, 흑인 민족주의가 등장한 변혁과 격동의 시기입니다. 아마도 이런 의미로 다음 시기를 암시하는 듯합니다. 과연 이런 시기에 사진가는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까요. 질문이 좀 얄궂습니다. 어찌되었든, 혼란스러운 시기에 등장한 수많은 사진가 가운데 다섯 사진가를 살펴봅니다.

로이 데카라바(Roy DeCarava, 1919-2009)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브레송의 ‘마른 강에서’가 생각나는 사진 한 장이 보입니다. 데카라바는 할렘가에 살고 있는 흑인 가족을 촬영하면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1960년대에 흑인 인권운동이 벌어질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합니다.

로이 데카바라, 〈Harlem〉, 1955년

로버트 프랭크, 《미국인들》, 1958년

로버트 프랭크, 《미국인들》, 1958년

로버트 프랭크, 《미국인들》, 1958년

리젯 모델(Lisette Model, 1901-1983)은 스펙터클과 소비의 상징인 스타보다는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주체를 찾아 거리를 찾았습니다. 대공황으로 세계는 붕괴되었고 그 중심 역할을 했던 탐욕 주체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부를 축적한 중심에는 역시 기업과 국가가 있습니다. 반면, 개인은 혼돈 속에서 어떤 모습이었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모델은 거리의 거지나 취객을 반초상(counter-portrait) 형식을 빌려 바라봤습니다.

모델이 뒷골목을 살폈다면, 우셔 펠리그(Usher Fellig, 1899-1968)는 루이스 하인과 같이 사진을 고발로서 사용했습니다. 위지(폴란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펠리그의 바뀐 이름)의 사진집, 《벌거벗은 도시》(1945) 가운데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띕니다. 해변을 가뜩 메운 수많은 인파는 위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공황이 부를 축적한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사라지는 시기에 해변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위지의 사진은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셔 펠리그, 〈코니아일랜드 해변〉, 뉴욕, 1940년

이제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1924-)가 등장하는데, 책에 언급된 글을 한번 읽었으면 좋겠군요. “이발소나 실내 등을 다룬 이미지에서 워커 에번스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기존의 다큐멘터리 사진이 투명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사회관계들과 정치 조직이, 자동차 여행과 미디어 소비 속으로 숨어 버렸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아마 더욱 중요한 것은 프랭크가 50년대 미국에서 접한 경직된 인종차별적 분리주의에 대한 관찰일 것이다.”〔469〕

프랭크의 사진집, 《미국인들》(1958)도 흑인 인권운동이 발발한 쯤에 출판되었습니다. 유럽에서 갓 이주한 프랭크는 이민자의 눈으로 이민자의 나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국 국기가 사람을 가리기도 하고, 텅 빈 주유소가 보이기도 합니다. 다시 텅 빈 실내에 텔레비전이 켜 있습니다. 세 개의 사진의 공통점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등장한 사진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군요. 주체는 누구일까요. 스펙터클한 소비가 바로 주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자동차 여행이 나와서 생각난 것입니다만, 빔 벤더스의 《한번은,》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워낙 많은 사진가의 등장으로 얼떨떨합니다. 미국 역사책을 읽어봐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뭔가를 이해하려면 역시 선지식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글을 읽지 않고 봤다면 그냥 해변의 사람이고 그냥 국기일뿐이겠더군요. 이제 한동안 또 잠잠할 듯합니다. 다음에 살펴볼 시대가 1968년이고 쪽수로는 100쪽을 넘겨야 만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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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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