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네 집 쪽으로: 비의지적인 기억의 힘

“마치 콩브레에는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 두 층만이, 단지 저녁 7시만이 존재한다는 것처럼. 사실 누군가가 묻기라도 했다면, 콩브레에는 다른 것도 있고 다른 시간도 존재했다고 대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은 단지 의지적인 기억, 지성의 기억에 의해 주어진 것으로, 이런 기억이 과거에 대해 주는 지식은 과거의 그 어떤 것도 보존하지 않으므로 나는 콩브레의 다른 것에 대해서는 생각할 마음조차 없었던 것이다. 사실 내게 있어서 이 모든 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애써 기억한 의지적인 기억 그리고 우연히 다가온 비의지적인 기억. 문제는 의지적인 기억에 대한 경험은 있지만 비의지적인 기억에 대한 경험이 떠오르지 않는다. 당연한 것일지도. 우연히 찾아온 기억을 어떻게 서랍에 담아 놓을 수 있을까. 비의지적인 기억은 오래 쌓인 먼지가 코 속으로 들어와 간질거리는 느낌일 것 같다.

책장 먼지를 털던 날, 다른 날과 다르게 책장 위가 궁금해 의자를 발판삼아 내려다보니 수북한 먼지를 보던 그런 날이다. 작은 빗자루가 지나간 곳은 먼지가 사방으로 날아오른다. 케케묵은 먼지 냄새가 난다. 코를 간지럽게 하는 먼지 탓에 잠시 정신을 잃는다. 갑작스런 그러나 예상할 수 있었던 혼돈에 익숙해질 무렵, 잿빛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벌거벗은 나무. 그 결을 오랜만에 느낀다. 처음 책장을 놓은 날, 방 안에는 삼나무 향기가 가득했다. 기분 좋은 냄새에 이런 순간이 오랫동안 계속되길 바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 이것이 비의지적인 기억이 가진 힘인 듯하다.


*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2,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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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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