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의 다른 방법: 읽었던 책을 다시 마주하는 날

존 버거·장 모르, 이희재 옮김, 『말하기의 다른 방법』, 눈빛출판사, 2004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처음 느낀 감동을 다시 마주하는 경우는 드문데 흘러간 시간만큼 내가 달라진 게 이유일지 모른다. 지난 날,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나와 지금,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내가 같다면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하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다시 책을 꺼내들고 읽는다. 혹시나 처음 읽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이나 느끼지 못한 감정이 내가 다시 책과 마주하는 동안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존 버거와 장 모르가 같이 작업한 《말하기의 다른 방법》은 사진을 탐구하려는 목적으로 열심히 읽었다. ‘읽다’라는 말 그대로 그때는 정말 글만 읽었다. 어떤 사상을 알기 위해, 학문을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수집하고 비교했다. 그럼에도 길을 찾지 못해 여전히 헤매고 있다.

그러나 탐구하는 삶이 그렇게 거칠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무감각했던 날도 있었지만 기쁨이 찾아오는 날도 있었다. 《말하기의 다른 방법》을 다시 보니 서문부터 남다르다. 독자에게 앞으로 있을 여정을 간략하면서도 핵심을 빠트리지 않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사진의 의미’를 찾는 여정이다. 원래부터 사진이 가지고 있는 모호한 성질, 그 자체의 의미 찾기, 상상놀이, 사진이론 그리고 다음 처음으로 돌아오며 여정이 끝난다. 참 따뜻한 책이다. 적당히 이성이 녹아있고 적당히 감성이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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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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