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네 집 쪽으로: 생틸레르 종탑이 사라지고 있다

“광장 너머 하늘에는 예전에 성 루이 왕을 응시하였고, 지금도 바라보는 듯한 첨탑이 솟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생틸레르 종탑이다. 종탑은 “우리 마을의 모든 일, 모든 시간, 모든 관점에 형태를 주고 완성하고 축성하는 것”**이다. 생틸레르 종탑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아팠다. 살아온 동안 생틸레르 종탑과 같은 것이 있었을까? 너무 어린 시절은 기억조차 없고 기억이 쌓일 때는 이미 도심 한 곳에 살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도심에서 오랜 기억을 품은 생틸레르 종탑과 같은 존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동인천 대한서림은 만나는 장소였다. 지금이야 손전화로 약속 장소가 담긴 지도를 보내주면 되지만, 손전화가 없던 시절은 누구나 알고 있고 찾기 쉬운 곳이 있었다. 만나는 장소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그와 함께 했던 기억도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만나는 장소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소중한 기억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이제 그 기억을 들춰내는 건 글이나 사진이다. 물론 온전한 기억은 아니겠지만.

내 일부 기억이 사라짐에도 이토록 안타까운데, 모든 일, 모든 시간, 모든 관점을 완성하는 생틸레르 종탑과 같은 존재가 없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2, 115쪽.
** 위의 책,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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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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