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방: 21(사토리)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생각을 떨쳐버리고 사진을 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이것은 멍한 상태, 그러니까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와 같이 내가 대상을 보고는 있지만 마치 대상이 된 것과 같은 상태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는 상태. 시선과 응시의 차이처럼.

바르트는 (어떤)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든 지식, 모든 교양을 추방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는 시선을 뿌리치고 응시로 나아가려 한다. 시선은 “황제를 직접 보았던 두 눈을 보고” 있던 바르트이다. 그러나 이제 응시에서는 황제를 직접 보았던 나폴레옹 막내 동생, 제롬만이 남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이라는 황제도, 그의 막내 동생도, 제롬도 사라진다. 오직 두 눈만 남게 된다. 그렇게 바르트는 시선을 물리치기 시작한다. 시선이 없어지고 생각하지 않는 상태, 그러니까 비의지적인 상태라 할 수 있다.


*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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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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