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과 수영을 시작했다. R은 헬스를 두 달 정도 한 상태다. R은 또래 아이와 달리 근력이 부족했고 늘 그게 걱정이었다. 고민 끝에 헬스를 얘기했는데 다행히 거부감 없이 잘 다녔다. 그렇다고 꼬박꼬박 날을 맞춰 운동을 한 건 아니다. 아프다는 핑계나 우울하다는 핑계로 몇 번 거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찍 포기했던 다른 것과 달리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얼마나 대견한지!

운동은 쉬면 점점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무엇보다 몸 쓰는 일을 게을리 하면 정신도 맑은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R에게 나랑 수영을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은 M이다. R은 조금 망설였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예전에는 인상부터 쓰고 이런저런 핑계로 거부감을 표현했을 텐데, R 반응이 신기했다. R이 헬스를 잘 마친 탓인지, 운동의 재미를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R은 인상 쓰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듯하다.

원래 신청한 강습은 늦은 저녁인데 이른 저녁으로 변경됐다. 전화로 자초지종을 얘기해준 직원 말에 따르면, 전산 오류로 여름 강습이 온라인 신청서에 게재됐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상세한 설명도 듣고 강습 시간도 조정해 준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렇게 자동화는 가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사람이 직접 하는 일에 더 믿음을 갖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R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