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은 다시 거부한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R과 나는 수영을 같이 시작했지만, R은 점점 수영을 거부하고 있다. 본래 할 마음이 없었는데 나와 M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한다. 정말 알 수 없는 R이다. R도 나와 M을 그렇게 생각할까?

시골에 다녀온 후 집안에 감기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처음엔 H가 감기 기운을 보이더니 곧바로 R로 옮겨갔다. 나도 감기 기운에 코가 아리고 목이 아프다. 어제는 수영 강습이 있는 날이었는데 R은 가기 싫은 눈치였지만 직접 말하지 못하고 열이 난다거나 목이 아프다는 말만 했다.

나는 R에게 수영은 하지 못하더라도 같이 가서 하려는 의지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R은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M과 통화 후 R은 M이 수영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며 나에게 말했다. 맥이 풀렸다. 혹시라도 내가 가려는 의지를 보이면 나중에 뭔가 깨닫는 것이 있을까 싶어 중간에 집에 들러 수영용품을 챙기고 혼자 강습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스쳐간다. R이 오늘 내가 한 행동은 그저 강습을 받았다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롤랑 바르트는 “체계들이 우리를 방해하거나 귀찮게 하는 것을 멈추게 하려면, 그 중 하나 속에 사는 길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이것을 믿는다. 그래서 R이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말에 동의했다. 그런데 R은 아직 그 의미를 알지 못한 듯하다. 체계를 벗어나면 불안함과 싸워야하고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한다. 만원 전철에서 손 놓고 은근슬쩍 제 중심을 떠맡기는 사람처럼 살 순 없다.


* 롤랑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 김희영 옮김, 동문선, 1997,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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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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