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3월에 취학유예심의를 위한 의무교육학생 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한 심의를 다녀왔다. 심의의 목적은 유학 등으로 국내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에게 취학유예를 선고하는 것인데 R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R이 정원 외 관리로 들어가기에 앞서 거쳐야 할 하나의 절차이다.

심의는 다소 무겁고 고압적이었지만 참여한 위원 모두 제몫을 다 하기 위해 그랬을 거라 믿는다. 주로 내부문제가 있는지, 그러니까 R과 나와 M 사이에 문제가 있는지를 물었다. 또한 R이 친구들과 문제가 없었는지도 물었으며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앞으로 뭘 할지 R에게 묻기도 했다.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학생은 몇이나 될까.

한때 나와 M도 같은 질문에 착각했던 적이 있다. R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기보다는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몇 달 동안 열심히 그 답을 듣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깨달은 것은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학교를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그저 다닐 수 없어 다니지 못한다.

요즘 도서관에 다니는 R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 있다. 내일보다는 어제를 반성하고 오늘을 살피고, 누군가 이미 해놓은 걸 그대로 따라가기 힘들면 스스로 그것을 만들어 보라며 다독인다. 처음에 R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했는데 조금씩 깨닫는 듯하다. 결과물이 똑같더라도 그것이 스스로 만든 것이라면 자신에게 그것은 똑같지 않다.

“보호를 필요로 하는 나약한 어린아이와 같은 자아가 아니라 스스로 당당히 설 수 있는 어른이 돼야 한다. (…) 누가 감히 나를 보호하려고 하는가? 누가 감히 나를 구원하려고 하는가? 내가 나 자신을 보호할 것이고, 내가 나 자신을 구원할 것이다. 이런 당당한 자세가 없다면, 우리는 자신이 그렇게도 기다리던 ‘고도(Godot)’가 바로 자신이라는 걸 끝내 모르고 죽을 것이다. ‘고도’가 바깥에 있지 않은 것처럼, 구원자도 외부에서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도래해서는 안 된다.”

이정신, “[서평]<비상경보기> 무엇이 나를 작아지게 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6년 3월호

철학자 강신주가 쓴 책, <비상경보기>를 읽고 출판사편집장 이정신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서평을 냈다. R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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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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