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말하지 않는, 다르지만 같은 감정

“아무도 당신에게 뭔가를 주지 않는다. 당신이 나서서 취해야 한다.”(디파티드 The Departed, 2006)라는 영화의 문구처럼, 막막할 땐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난 누구에게 손을 내밀어야하지?

연휴동안 다녀온 제주도 여행 탓에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오려 애를 쓸 때, 우연히 컴퓨터 문서로 발행되는 <월간이리>를 읽었다. 잘은 모르지만 뜻있는 사람들의 글을 모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인터넷을 통해 발행하는 듯하다. 표지를 보면 전문가의 솜씨가 아니다. 아, 표지에 실린 그림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모양새가 전문 잡지는 아니라는 소리다.

문득, 학교를 휴학하고 인터넷 방송을 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땐 영상이 아닌 소리가 중심인 시대였다. 라디오와 흡사했고 진행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한 시간에 프로그램(WinAMP)을 실행하고 떠들고 있으면 물어물어 온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들었다. 메신저를 통해 신청곡도 받았다. 해프닝도 많았는데 밥 먹으라는 어머니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청취자에게 전해졌다. 할 수 없이 양해를 구하고 3곡정도 노래를 틀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당시 방송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시간이 많았던 것도 있지만, 지금 이 시간을 모르는 사람과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 볼 수 없는 전파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알아 간다는 느낌,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월간이리>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글이 보인다. “시인의 감정과 나의 감정이 오롯이 같지는 않지만, 우리는 시를 읽음으로서 다른 감정의 같은 근원을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하얀병아리, “봄을 보내며 이별시를 읽기를 권유하다”, 월간이리, 2016년 5월호 #65) 서로 다르지만, 같다는 감정은 이렇듯 오묘하다. 제주에서 만난 몇몇 풍경도 마찬가지다. 사진에서 말하지 않는, 다르지만 같은 감정을 느낀다.


* 월간이리, 2016년 5월호 #65, http://issuu.com/postyri/docs/postyri1605/3?e=5641367/3543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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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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