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

이걸 여유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평소보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이런 날은 유독 하루가 길었다. 늘 하는 일은 정해져있는데 뜻하지 않은 시간이 생겨서 그럴까? 비가 온다. 창문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보인다. 사실, 창문은 아니다. 방충망의 오밀조밀한 틈에 고여 있던 빗물이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곤 한다. 방충망이라니, 비 오는 날, 참 낭만적이지 않은 단어다.

정말 그렇다. 이제 창문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는 보기 힘들다. 아마도 그것은 사진을 통해 각인된 거짓 정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방충망에서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있지만, 애써 분위기를 내려 그것을 창문으로 둔갑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금, 나는 그랬다. 사실을 알고 나니 또렷하게 방충망이 보인다.

방충망 너머엔 수평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보인다.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혹시 모를 추락에 대비하는 가림막이다. 대체적으로 수평에 맞게 설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오른쪽으로 빗줄기가 흐른다. 지금 난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인 상태로 앉아 있는 것인가?

밖의 풍경은 카메라 파인더로 볼 때 초점이 안 맞는 상태와 아주 흡사하다. 모든 신경을 안구에 집중하고 창문, 방충망 그리고 가림막을 본다. 그리고 창 밖 풍경으로 초점을 맞춰본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풍경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방충망 때문인지, 창문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다른 이유 때문인지, 풍경은 흐릿하다. 마치, 과거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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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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