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3호: 보이지 않는 가림막

미술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라스코 동굴벽화이다. 구석기 시대에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배적 생각이, 라스코 동굴벽화 발견으로 사실이 아님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배울 수 있는 것>(김지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제93호)을 읽는 동안 가장 부러웠던 것은 문화재를 관리하는 그들의 의식이었다. 국내와 어떻게 달랐을까? 국내에서는 문화재에 가림막을 만든다. 그러니까 문화재라는 공간은 안으로 들어오고 나머지는 밖으로 소외된다. 마치 에버랜드라고 할까?

표를 사고 들어선 공간은 반드시 표를 사야만 입장이 가능한 공간이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문화를 산다’ 혹은 ‘문화를 즐긴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인위적인 공간은 사업자가 존재하고 인위적인 공간에서 지킬 규칙은 사업자가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놀이 문화를 표를 구매해 즐긴다. 최근, 인천 송도테마파크 조성 사업이 조건부 승인됐다. 이제 인천도 그럴듯한 테마파크를 가진 도시가 될 예정이다. 

에버랜드나 테마파크가 문화재라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는 모양새가 같아서 하는 말이다. 결국 공통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것은 지역 주민이다. 반면, 라스코 동굴벽화를 복원한 “라스코 Ⅱ의 매표소는 동굴 입구와 2km 가량 떨어진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다. 왜 그럴까?

기사에 따르면, “입장 대기에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관객들은 그 대기 시간 동안 마을을 관광하고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이용”한다니,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둘 사이엔 가림막이 없으니 말이다. 원래 가림막은 뭔가를 가리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가려서 좋은 게 있고 가리지 않아도 충분한 게 있다. 그런 차이를 아는 곳이라면 참 살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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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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