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세이버로 포스와 문지기를 물리치자

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잘 읽고 있어요. 알고 계시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6년 7월호, 2~3면 인쇄 오류를 발견했다. 비슷한 사연이 있으면 위안이 될까 싶어 공식 사이트에서 관련 안내를 찾았다. 아쉽게도 관련 안내를 찾질 못해 홈페이지에 문의를 남겼다. ‘얼마나 기다려야할까?’ ‘물어보면 뭐라고 말하지?’ 이런저런 질문을 정리하고 있던 차에 전화벨이 울렸다. 문의를 남긴지 채 2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가끔 인쇄 오류가 있다고 한다. 등기우편으로 다시 발송해준다며 죄송하다고 한다. 사실, 전화 한 분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죄가 있다면 인쇄기 탓이니까. 검수하는 사람 탓이라고? 어떻게 일일이 인쇄 오류를 확인할 수 있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니까 실수도 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 물론, 기계에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한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말도 맞다. 여하튼, (단지) 난 이번 사건으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게 관심을 좀 받고 싶었다. 헌데 별일이 아니어서 김칫국만 마셨다.

포스가 함께하길

통화를 하며 느꼈던 건, 체계에 따라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묻고 답하는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지금은 골목마다 편의점이 들어서서 ‘슈퍼’를 발견하기 힘든데 그 ‘슈퍼’ 이전에 ‘가게’라고 불렀던, 동네 가게를 방문한 느낌이랄까? (좀 이상할지 모르지만) 내가 슈퍼와 가게를 구분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이다. 바코드로 상품을 취급하는 곳은 슈퍼이고 그렇지 않은 곳은 가게이다. 가게를 더 세분화하면 (대게) 주인아주머니가 말씀하시는 합계를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지불했던 곳이 동네 가게이다. 이제는 POS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POS의 이점은 역시 정확하다는 점이다. 셈이 틀릴 수 없다. 한 마디로 답은 정해져있다. 물론, 애초 값을 잘못 입력하는 경우도 있어서 100% 믿을 순 없다는 게 함정이다. 만약 거스름 돈을 잘못 받았으면 영수증이나 CCTV로 증명 과정을 거쳐야한다. 동네 가게에서는? 굳이 덜 받았거나 더 받았다는 말이 오가지 않는다. 금액도 적거니와 가끔 애들에게 주는 과자 서비스를 계속 받으려면 말이다.

ARS는 문지기

어쨌든, ARS로 힘겹게 상담원과 통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월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ARS와 씨름을 하고 있다. 원하지 않은 싸움이다. 문지기도 이런 문지기가 없다. 대답도 못하는 게 누르라는 건 대따 많다. 일만 시킨다. 전화기 붙들고 있느라 여름이면 귀에 땀이 찬다. 겨울이면 손이 언다. 문지기에게 너무 유리한 싸움이다.

나보다 먼저 연결된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 그리고 마침내 연결된 상담원에게 원하는 답을 모두 들을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해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시 맨 뒷줄에 서는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만은 잊지 말자. 힘들 게 연결됐다고 상담원과 싸울 필요는 없다. 나를 힘들 게 한 건 ARS 시스템 도입에 도장을 찍은 자이지 상담원이 아니다. 무엇보다 한 없이 긴 대기 줄을 만들며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몸 키우기에 급급한 관리 주체가 문제이지 뒷감당하고 있는 상담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문제 있는 상담원을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르자

어쨌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내게 관심을 좀 가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번 일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게 관심이 생긴 건 나이다. 아쉽지만, 사실이다.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전화를 받고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제다이가 휘두르는 라이트세이버를 쥐고 있어야 한다. 그것을 권리라고 생각한다. 몸집이 큰 문지기를 상대하려면 무기가 있어야 하니까. 사실, 문지기는 라이트세이버를 겁내지 않는다. 라이트세이버를 겁내는 건 문지기 뒤에 있는 나이다. 나와 동등한 나. 그렇다면, 그도 라이트세이버를 쥐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상은 이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혹여 서로 라이트세이버를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지라도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작동되는 라이트세이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언제나 나이다. 반대편의 나는 라이트세이버를 켜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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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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