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이 스스로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세 달 만에 ‘집생’ 이야기를 다시 적는다. 6월 말, 취학유예심의를 위한 의무교육학생 관리위원회 2차 심의 외엔 R에게 큰일은 없었다. 내년 2월까지 R의 취학은 유예되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나? 중학생은 퇴학 개념이 없기 때문에 유예로 일말의 기회를 둔다. 물론, 여기까지 온 대부분의 당사자는 정원외 학적 관리를 희망한다.

R도 나도 처음 하는 공부에 힘들었다. 나에겐 중학교 공부가 두 번째지만 처음과 다름없다. 내 역할은 R과 같이 공부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하는데 있다. 겉으론 이렇지만, 나는 R에게 내심 바라는 게 있다. 나는 R이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아는가?

내가 처음 시도했던 방법은 R에게 한 학기 커리큘럼을 작성해보라는 것이었다.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R은 스스로 자신이 공부할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당연할지도 모른다.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일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다음으로 시도한 방법은 커리큘럼은 내가 작성하고 R은 그에 따라 하루 일과를 스스로 조절하게 했다.

두 번째 방법도 어려움이 있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지내고 늦은 오후엔 동생 S와 함께하니 집중이 되지 않았나 보다. R은 처음 몇 주를 방황했다. 하루 정해진 커리큘럼을 달성하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다. 다행스러운 점은 서서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커리큘럼을 따라갔다. 드디어!

나는 일이 끝나면 서둘러 집에 돌아와 R이 한 일을 살핀다. R은 하루에 6과목을 공부하며 다음 하루는 4과목을 공부한다. 나는 R이 푼 문제를 채점한다. 그리고 하루 할 공부를 마쳤는지 R에게 묻는다. R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나는 저녁마다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꺼내 R과 함께 문제를 풀었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 이제 R은 스스로 수학 문제를 푼다. 다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R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내게 보여줬다.

며칠 후엔 한 학기 커리큘럼이 끝난다. 그리고 8월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있다. R은 늘 처음 하는 일을 두려워한다. 나나 M이 이해하지 못했던 건 R이 느낀 두려움이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는 R의 태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R을 제대로 이해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 두려움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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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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