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른 R

지난 주 R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렀다. 어떻게 보면 학교 밖에서 치른 첫 시험이다. 앞으로 R이 학교 안에서 시험을 치를 일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R은 무사히 생애 첫 시험을 치렀다.

시험이 있기 며칠 전부터 과거 출제된 문제를 풀었다. ‘오늘은 몇 쪽까지 풀었어.’ ‘오늘은 또 몇 쪽까지 풀었어.’ 시험이 다가올수록 R도 긴장한 모양이다. 퇴근한 나에게 꼬박꼬박 그날 푼 문제를 말해준다. 아마도 R은 그렇게 말함으로써 긴장을 해소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R은 스스로 뭔가 할 수 있을까?’ 나와 M은 늘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학교 밖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불안감의 연속이다. 물론, 이 고민은 나와 M만의 고민이다. R이 이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기엔 아직 어리다. 그럼에도 R이 느꼈으면 하는 나와 M의 바람은 어쩔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통해 어느 정도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다.

시험 당일. R은 일치감치 일어나 옷을 입고 시험을 준비했다. 몇 번이나 내게 9시 30분에 출발해야 한다고 당부를 했다. 나는 R의 당부를 못 이기는 척 서둘러 씻고 옷을 입었지만, 내심 기뻤다. ‘그래. R도 하면 하는구나.’ 시험장 입장은 10시였지만 조금 더 일찍 출발했다. 아무래도 집에서 불안해하며 기다리는 것보다 밖이 더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험 시간은 80분이다. 10시까지 입장이지만 오리엔테이션과 본인 확인 과정을 거쳐야 시험이 진행된다. 결국, 10시 20분에 시험이 시작됐고 11시 40분에 시험이 끝났다. R은 25분 정도에 나왔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20분부터 퇴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망했어!’ 시험을 치르고 나온 R의 첫 마디다. 난 그래도 상관없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내게 있어 그리고 M에게 있어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스스로 뭔가를 하는 과정 속에 R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시험을 통해 조금 단단해진 R을 본 듯하다.

신고

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이미지 맵

    집생 다른 글

    댓글 0

    *

    *

    이전 글

    다음 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