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네 집쪽으로: 몸짓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글로 쓴 몸짓이다. 아직 첫 권을 다 읽지 못했지만, 앞으로 인용할 문구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몸짓은 비언어를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신체 언어 혹은 보디랭귀지를 뜻한다. 우리는 언어가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몸으로 의사소통을 하곤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언어가 신체 언어이다.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는 목적보다 서로 말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 말을 한다. 말하는 것이 그저 메아리처럼 되돌아온다면 그런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타국에서 열심히 보디랭귀지를 통해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상대방이 알아줬으면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작가가 내게 말을 걸고 있다고 상상을 한다. 난해한 내용의 책은 이 방법이 쓸모없다. 작가가 아무리 처절하게 내게 말을 걸어도 난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즐기는 책읽기는 작가가 내게 말을 할 때 (적어도 그의 언어가 아니더라도) 내 방식대로 이해한 것을 돌려줄 수 있을 때이다. 이때 나는 작가가 말하는 어떤 것을 같이 보고 있다는 쾌감이 느낀다.

하지만, 그 쾌감은 자주 오지 않는다. 나는 대부분 프루스트의 몸짓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꽃이 내게 불러일으킨 감정은 내게서 떨어져 나가 꽃에 가서 들러붙으려 했지만 헛수고였고, 그리하여 그 감정은 여전히 모호하고 막연한 채로 남아 있었다.”*라는 그의 말처럼 말이다.

요즘, 즐겁게 재방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최근에 본 ‘보컬 전쟁: 신의 목소리’ 재방에서 오래된 옛 노래를 들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1988년)라는 노래인데 아마도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은 아재 인증을 하는 셈이다. 오랜만에 듣는 노래라 감흥이 새로웠다. 무엇보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노랫말을 발견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바로 “세월 흘러가면 변해가는 건 어리기 때문이야”라는 노랫말이다.

계속 내 귓가를 맴도는 노랫말, 사람들이 변하는 이유는 어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처음엔 어리다는 이유가 마뜩치 않았다. 과연 어리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성숙하다는 말로 어리다는 말을 해결하려고 한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일까? 어리다는 이유에 대해 이런 대답은 어떨까 싶어 조금 긴 문장이지만, 인용해 본다.

“예컨대 생틴 소설 몇 권이나 하늘에 낫 모양 은빛 달이 뚜렷이 드러난 글레르의 풍경화 같은, 나 자신이 받은 인상처럼 그렇게도 소박하고 불완전한 작품들로, 내가 좋아한다는 것에 할머니의 동생들이 화를 내시던 그런 작품들이었다. 그분들은 어른이 되면 결국 좋아하게 될 작품들을 아이들 앞에 미리 놓아두면 아이들이 처음에는 그냥 좋아하다가 저절로 안목이 길러진다고 생각하셨다. 아마도 미적 가치란 것이 눈만 똑바로 뜨고 있으면 쉽게 지각할 수 있는 물질적 대상으로, 우리 마음속에서 그러한 가치가 서서히 성숙하기를 기다릴 필요성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어리기 때문이라는 말에 대해 정말 많은 대답이 있을 수 있다. “그래 그렇게 변해가는 건 자기만 아는 이유”라는 다음 노랫말처럼.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아는 이유는 보편적 가치의 강요이다.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보편적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강요받는다. 그것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전부터 그것은 언제나 옳다는 믿음을 강요받는다. 사람들이 변해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보편적 가치를 쫓아 이끌려 가는 것이다. 어릴 때와 다르게 변한 것은 맞다. 하지만, 모두 똑같이 변하고 있다.

프루스트의 다음 문장이 참 마음에 드는데 다른 이는 어떨지 모르겠다. “빗방울은 결코 다른 빗방울과 떨어지지 않으며, 빨리 내려올 때에도 결코 헤매지 않으며, 저마다 자기 위치를 고수하면서 뒤이어 오는 것을 이끌어 내려온다.”*** 이끈다는 것은 자기 위치에 다른 것을 놓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이 저마다 위치에 있게끔 제 위치를 지키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2, 245쪽.
** 앞의 책, 258쪽.
*** 앞의 책,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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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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