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텍스트'를 시작하며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은 늘 흥분되고 즐거움이 즐김으로 변화되는 사태이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자율학습을 지원하기까지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바쁜 일이도 일이거니와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인과 함께 지원한 자율학습이 채택되어 이렇게 첫 글을 쓰고 있다.명칭은 ‘자율학습’이다. 하지만 난 이것을 ‘자유학습’이라 부르고자 한다. 스스로 뭔가를 하는 것은 억압으로부터 시작된다. 학창 시절,..

인간은 ‘세계 밖 존재’라는 의미를 생각하며

내 앞에 보이는 145mmx260mm 무선노트는 ‘세계 내 사물’이다. 인간은 ‘세계 밖 존재’로 세계를 그대로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내 앞에 있는 무선노트를 왜 알고 있을까?처음 생각은 이랬다. 내 앞에 무선노트는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으니 알 수 있지만, 내가 있는 곳 반대편 세계에 있는 누군가의 무선노트는 알 수 없다고. 누구나 무료한 일상을 탈출해 잠시 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오로라를 볼 수 없는 것처럼 반대편 세계는 어..

사진을 읽어주는 페이스북 자동 대체 텍스트 기능

청각영상에서 시각영상으로 미디어 패러다임이 변하는 (이미 변했지만) 시점에서 시각장애인에게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은 '자동 대체 텍스트(automatic alternative text, AAT)' 기능으로 사진을 읽어 그 상황을 텍스트로 변환해 시각장애인도 사진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사진은 ‘말이 필요 없는 매체’이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아직 AAT 기능은 불완전하다. AAT가 사진을 읽어..

너무도 빨리 역사화 되는 현대의 시간을 말하는 영화 '루시'

우리는 왜 ‘교육’을 받는가? 이를 좀 더 능동적으로 바꿔 말하면, 우리는 왜 ‘학습’을 하는지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루시’는 합성약품이 그녀의 몸을 변화시키기 전까지는 한 개인에 불과했다. 합성약품은 서서히 루시의 모든 기억을 되살리며 감성을 폭발시킨다. 병원에서 뱃속에 있는 합성약품을 꺼내며 어머니와 통화 때 흘렸던 눈물이 아마도 한 개인으로써 흘렸던 마지막 눈물이 아닐까 싶다. 그것도 잠시 뿐, 루시는 점점 감각을 상실하며 마치 로봇과 같..

스몰 토크: 뉴욕에서의 대화

‘스몰 토크’라는 형식을 빌린 탓인지 책도 작은 형태이다. 예술에 종사하는 a와 일반인 b의 대화록이다. 예술 내부에서 익숙한 시선으로 작품을 보는 a와 예술과는 거리가 먼 b의 대화를 한 쪽에 아래위로 나열하거나 두 쪽에 좌우로 나열했다. 아쉬운 점은 b의 ‘일반인’ 설정이 다소 과한 것은 아닌가 싶다. 적어도 책에서 소개된 b는 어느 정도 고등교육을 받았고 예술을 좋아하며 예술 내부의 시선을 마뜩찮게 바로 보는 자이다. 즉 a의 시선에서 예술 내..

스완네 집쪽으로: 몸짓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글로 쓴 몸짓이다. 아직 첫 권을 다 읽지 못했지만, 앞으로 인용할 문구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몸짓은 비언어를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신체 언어 혹은 보디랭귀지를 뜻한다. 우리는 언어가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몸으로 의사소통을 하곤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언어가 신체 언어이다.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는 목적보다 서로 말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 말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른 R

지난 주 R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렀다. 어떻게 보면 학교 밖에서 치른 첫 시험이다. 앞으로 R이 학교 안에서 시험을 치를 일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R은 무사히 생애 첫 시험을 치렀다.시험이 있기 며칠 전부터 과거 출제된 문제를 풀었다. ‘오늘은 몇 쪽까지 풀었어.’ ‘오늘은 또 몇 쪽까지 풀었어.’ 시험이 다가올수록 R도 긴장한 모양이다. 퇴근한 나에게 꼬박꼬박 그날 푼 문제를 말해준다. 아마도 R은 그렇게 말함으로써 긴장을 해소하고..

밝은 방: 27(알아보기)

“도대체 꿈속에서는 보는 것일까, 아는 것일까”*라는 바르트의 말이 인상 깊다. 바르트가 쓴 글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바르트가 쓴 글이다. 그럼에도 말이라 하고 싶은 이유는, 고서를 읽는 것은 옛 사람과 만나는 것이다. 사람이 서로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은 말의 형태일 것이다. 그래서 난 글보단 말이라 적길 좋아한다. 바르트는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서 그것은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바르트가 사진 속에서 본 어머니는..

R이 스스로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세 달 만에 ‘집생’ 이야기를 다시 적는다. 6월 말, 취학유예심의를 위한 의무교육학생 관리위원회 2차 심의 외엔 R에게 큰일은 없었다. 내년 2월까지 R의 취학은 유예되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나? 중학생은 퇴학 개념이 없기 때문에 유예로 일말의 기회를 둔다. 물론, 여기까지 온 대부분의 당사자는 정원외 학적 관리를 희망한다.R도 나도 처음 하는 공부에 힘들었다. 나에겐 중학교 공부가 두 번째지만 처음과 다름없다. 내 역할은 R과 같이 공부하며 ..

밝은 방: 26(분리로써의 역사)

바르트는 옛 사진들을 정리하며 어머니를 회상한다. 물론, 결코 떠올릴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사진 속 어머니는 그가 알고 있는 어머니가 아니며 결코 알 수 도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바르트가 포착한 어머니의 모습은 ‘역사’ 안에 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역사는 “우리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기간”*을 뜻한다. 그는 그가 태어나기 전 그의 어머니의 모습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역사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포착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

라이트세이버로 포스와 문지기를 물리치자

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잘 읽고 있어요. 알고 계시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6년 7월호, 2~3면 인쇄 오류를 발견했다. 비슷한 사연이 있으면 위안이 될까 싶어 공식 사이트에서 관련 안내를 찾았다. 아쉽게도 관련 안내를 찾질 못해 홈페이지에 문의를 남겼다. ‘얼마나 기다려야할까?’ ‘물어보면 뭐라고 말하지?’ 이런저런 질문을 정리하고 있던 차에 전화벨이 울렸다. 문의를 남긴지 채 2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가끔 인쇄 오류가 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3호: 보이지 않는 가림막

미술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라스코 동굴벽화이다. 구석기 시대에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배적 생각이, 라스코 동굴벽화 발견으로 사실이 아님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배울 수 있는 것>(김지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제93호)을 읽는 동안 가장 부러웠던 것은 문화재를 관리하는 그들의 의식이었다. 국내와 어떻게 달랐을까? 국내에서는 문화재에 가림막을 만든다. 그러니까 문화재라는 공간은 안으로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