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3월에 취학유예심의를 위한 의무교육학생 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한 심의를 다녀왔다. 심의의 목적은 유학 등으로 국내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에게 취학유예를 선고하는 것인데 R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R이 정원 외 관리로 들어가기에 앞서 거쳐야 할 하나의 절차이다. 심의는 다소 무겁고 고압적이었지만 참여한 위원 모두 제몫을 다 하기 위해 그랬을 거라 믿는다. 주로 내부문제가 있는지, 그러니까 R과 나와 M 사이에 문제가 있는지를 물었다. 또한 R이 친..

R과 수영을 함께 한지 한 달이 지났다.

R과 수영을 함께 한 것이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아쉽게도 R은 일반인과 달리 강습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수영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R이 몇 번 강습을 빼먹긴 했지만 잘 따라와 준 것만도 고마운 일이긴 하다.대게 뭔가를 배움에 잘 배울 수 있는 비결은 다른 것이 없다. 꾸준하게 다니며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온전히 배움 속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법도 알 수 있다. R은 아직 그것을 깨닫지 못했는데 그런 날이 올 수 있길 바랄 뿐이..

메리 워너 메리언: 사진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사진 역사를 다룬 책은 꽤 많이 출간된 상태다. 논문 형식이나 시간 흐름을 따른 형식 또는 에피소드를 다룬 형식도 있다. 크게 이슈가 될 만한 얘기를 주요 내용으로 다룬 책도 있다. 『사진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은 총 100가지 명사를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환점이 됨직한 이슈도 다루고 있어 후자 형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각 장은 몇 페이지를 넘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꽤 흥미로운 소재를 선택한 탓인지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

브랜던 스탠턴: 휴먼스 오브 뉴욕(HUMANS OF NEW YORK)

노란 책등에 굵은 검정 글씨가 눈에 띤 사진책이다. 왼쪽부터 시작되는 책등은 제목과 원제목은 고딕체를 사용했고 원제목은 굵게 표현했다. 지은이와 옮긴이는 명조체로 오른쪽 자리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노란색에 뭔가 끌렸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노란색에서 라임 느낌이 떠올랐다. 스무드하면서 톡 쏘는 느낌이랄까. 사진 한 장과 한 문장이, 많게는 몇 문장이 함께 한다. 예전엔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블로그 형식 같아 굳이 책으로 볼 정도..

책 목차로 살펴보는 구석기시대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구석기시대를 약 70만 년 전으로 추측한다. 아마도 이는 단양 금굴 구석기유적 연대와 맞물려 있는 듯하다. 구석기인은 주로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했고 동굴 혹은 막집에 거주했다. 그런데 우리는 구석기인의 이동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발굴된 유물을 지도에 표시하고 측정된 연대를 살펴보면 쉽게 추측할 수 있겠다. 물론, 누군가 열심히 유물을 발견하고 세상에 알려야 가능한 일이다. 스페인 아마추어 고고학자 사투올리가 발견한 구..

R은 다시 거부한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R과 나는 수영을 같이 시작했지만, R은 점점 수영을 거부하고 있다. 본래 할 마음이 없었는데 나와 M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한다. 정말 알 수 없는 R이다. R도 나와 M을 그렇게 생각할까? 시골에 다녀온 후 집안에 감기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처음엔 H가 감기 기운을 보이더니 곧바로 R로 옮겨갔다. 나도 감기 기운에 코가 아리고 목이 아프다. 어제는 수영 강습이 있는 날이었는데 R은 가기 싫은 눈치였지..

R과 나 그리고 M의 상태

모처럼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의 즐거움』을 읽는다. 장 폴 사르트르가 메모장에 알파벳순으로 생각을 정리했다고 하는데 바르트도 그와 비슷한 취미가 있나 보다. 『텍스트의 즐거움』은 알파벳순으로 낱말을 만들고 있고 그 자체가 바르트의 생각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오늘 읽은 낱말은 <균열>이다. 앞 장에서 즐거움과 즐김의 차이를 설명했는데 내가 아직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풀어 쓰지 못하고 있다. 즐거움은 쾌락과 연관되어 있으나 즐김은 상실..

R과 M과 나는 각자 다른 행성에 살고 있다.

도무지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있다. 아마도 지금 내 손가락은 흐트러진 걸 바로잡고 싶은 의지를 실천하는 중일 게다. R은 정원 외 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65일 동안 무단결석을 하면 R은 이제 학생 신분을 벗는다. 물론, 몇 차례 학교에서 오는 통지를 받아야 한다. 또 몇 번 담임선생님에게 확인 전화를 받아야한다.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태다. R도 M도 나도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사람은 뭔가 하지 않..

이상엽 변경의 역사 토론회를 갔다 오다.

3월 5일, 사진가 이상엽의 변경의 역사(The History on Frontier 1679-2015) 토론회를 갔다 왔다. 당일, 비 예보를 듣긴 했는데 막상 작은 우산 하나를 들고 상경하려니 발걸음이 무겁다. 그나마 갈 수 있었던 건 같이 가는 지인 때문이다. 함께 가는 이가 없었으면 여지없이 방구석에서 청승맞은 비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일우스페이스에 도착한 것은 약 2시 50분. 찬찬히 사진을 보고 싶어 조금 일찍 가기로 했었는데 비 탓..

R과 함께 수영을 시작했다.

R과 수영을 시작했다. R은 헬스를 두 달 정도 한 상태다. R은 또래 아이와 달리 근력이 부족했고 늘 그게 걱정이었다. 고민 끝에 헬스를 얘기했는데 다행히 거부감 없이 잘 다녔다. 그렇다고 꼬박꼬박 날을 맞춰 운동을 한 건 아니다. 아프다는 핑계나 우울하다는 핑계로 몇 번 거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찍 포기했던 다른 것과 달리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얼마나 대견한지! 운동은 쉬면 점점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무엇보다 몸 쓰는 일을 게을리 하..

R은 나를 보고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R은 어제부터 정원 외 관리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아직 학생 신분이다. 절차가 있는지 아직 모른다. 앞으로 학교에서 알려줄 관련 절차를 밟아야한다. 그것이 온전히 끝나야 정원 외 관리, 그러니까 학생 신분을 벗는다. 내 입장이다. R은 이것과 무관하다. 근 일 년 동안, R은 학교에 가기 위해 상담을 받았다. 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상담과 교외 상담을 했고 사설 상담도 진행했다. 마지막에는 병원도 찾았고 꾸준히 상담을 했다. 하..

살기 좋은 나라보다 살기 안전한 나라

3월 2일, 테러방지법이 통과됐다. 야당이 진행한 무제한토론이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국회 본회의 통과 소식을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무제한토론을 지지한 이들은 허무감에 빠질 새도 없이 4월 총선에서 뭔가 변화가 일길 기대한다. 살기 좋은 나라를 그토록 원했는데 이제는 살기 안전한 나라를 부르짖어야 하니 얼마나 허무한가! 안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러니까 안전은 누굴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