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보고 읽고 쓰기/감상 (93)

밤에 우리 영혼은 날씨 얘기로 서로 의지한다

날씨 얘기만큼 사교적인 것도 없다. 애디와 루이스도 남들과 같이 날씨 얘기로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애디 생각에 그들에게 그런 얘기는 별 의미 없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애디와 루이스는 서로나 이웃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빠르게 서로를 알아간다.재미있는 것은 이 날씨 얘기가 서로 떨어지게 되면서 중요한 얘깃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왜 하찮은 날씨 얘기가 그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됐을까? 우리는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같..

선택의 허무감이 밀려오는 영화 인 디 에어

영화가 끝나자 허무함이 밀려왔다. ‘결국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인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나는 뭔가 다른 결말을 바라고 있었나 보다. 인류는 공동체로 생활하며 서로를 지키며 살았다. 밖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협을 공동체의 보호막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밖의 위협보다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협을 더 위협적으로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마도 빙헴은 그런 인류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는 자화상인지 모르겠다.그러나 ..

주형일: 이미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

감상(문)을 쓸 땐 주로 옆에 책을 놓고 인상 깊었던 구절을 인용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하지만 지금 내 옆엔 감상의 대상인 책이 없다. 조금 난처한 상황인데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의도이다. 과연 책을 읽고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일지, 늘 궁금했다. 적확하게 말하면 개념이다. 개념은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개념을 정립한다는 것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나보다 앞서 생각하고 정리한 선구자의 도움이 필요함은 당연..

재미있게 보고 읽고 있는 구르미 그린 달빛

디지털 영상, 기술적 영상은 점점 더 빠른 전개가 요구되고 장면 전환이 빠르게 진행된다. 〈구르미 그린 달빛〉만 해도 조하연의 세자빈 간택 과정, 김윤성이 홍라온을 궁궐에서 나오게 도와주는 장면 그리고 이영과 홍라온의 극적인 만남 등 너무 비개연적인 상황이 많다. 그럼에도 구구절절 그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을 지난 회 그리고 다음 회에 이어 소개하는 방식으로 개연성을 지키고 긴..

너무도 빨리 역사화 되는 현대의 시간을 말하는 영화 '루시'

우리는 왜 ‘교육’을 받는가? 이를 좀 더 능동적으로 바꿔 말하면, 우리는 왜 ‘학습’을 하는지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루시’는 합성약품이 그녀의 몸을 변화시키기 전까지는 한 개인에 불과했다. 합성약품은 서서히 루시의 모든 기억을 되살리며 감성을 폭발시킨다. 병원에서 뱃속에 있는 합성약품을 꺼내며 어머니와 통화 때 흘렸던 눈물이 아마도 한 개인으로써 흘렸던 마지막 눈물이 아닐까 싶다. 그것도 잠시 뿐, 루시는 점점 감각을 상실하며 마치 로봇과 같..

스몰 토크: 뉴욕에서의 대화

‘스몰 토크’라는 형식을 빌린 탓인지 책도 작은 형태이다. 예술에 종사하는 a와 일반인 b의 대화록이다. 예술 내부에서 익숙한 시선으로 작품을 보는 a와 예술과는 거리가 먼 b의 대화를 한 쪽에 아래위로 나열하거나 두 쪽에 좌우로 나열했다. 아쉬운 점은 b의 ‘일반인’ 설정이 다소 과한 것은 아닌가 싶다. 적어도 책에서 소개된 b는 어느 정도 고등교육을 받았고 예술을 좋아하며 예술 내부의 시선을 마뜩찮게 바로 보는 자이다. 즉 a의 시선에서 예술 내..

메리 워너 메리언: 사진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사진 역사를 다룬 책은 꽤 많이 출간된 상태다. 논문 형식이나 시간 흐름을 따른 형식 또는 에피소드를 다룬 형식도 있다. 크게 이슈가 될 만한 얘기를 주요 내용으로 다룬 책도 있다. 『사진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은 총 100가지 명사를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환점이 됨직한 이슈도 다루고 있어 후자 형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각 장은 몇 페이지를 넘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꽤 흥미로운 소재를 선택한 탓인지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

브랜던 스탠턴: 휴먼스 오브 뉴욕(HUMANS OF NEW YORK)

노란 책등에 굵은 검정 글씨가 눈에 띤 사진책이다. 왼쪽부터 시작되는 책등은 제목과 원제목은 고딕체를 사용했고 원제목은 굵게 표현했다. 지은이와 옮긴이는 명조체로 오른쪽 자리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노란색에 뭔가 끌렸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노란색에서 라임 느낌이 떠올랐다. 스무드하면서 톡 쏘는 느낌이랄까. 사진 한 장과 한 문장이, 많게는 몇 문장이 함께 한다. 예전엔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블로그 형식 같아 굳이 책으로 볼 정도..

사진의 이해, 사진이 주는 메시지가 마지막에 의미하는 것

나는 이것을 보는 행위가 기록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라는 말은 이제 이것이 유심히 들여다 볼 가치가 있다는 나의 믿음은, 이미 그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보여 주지 않기로 한 모든 것들에 비례한다라고 풀어써야 할 수도 있다. 존 버거, 『사진의 이해』, 제프 다이어 엮음, 김현우 옮김, 열화당, 2015, 35쪽 사진이 주는 메시지가 마지막에 의미하는 것은, 본다는 의지보다 보여준다는 의지이다. 존 버거는 사진을 꼭 예술..

시뮬라시옹, 홀로코스트

보드리야르가 역사 사건의 부활에 영화보다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차가운 중간매체, 즉 텔레비전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유대인 학살 장면을 방영한 TV 프로, 「홀로코스트」를 제시한다. 역사의 학살 사건이었던 홀로코스트가 아닌 시뮬라크르의 홀로코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망각과 기억 사이의 관계’의 이해가 선제 되야 할 듯하다. 역주를 옮겨보면 “들뢰즈 식으로 추론해 보겠습니다. 만약 기억이 영구히 기억으로 남아 있다면 영원히 망각이란 없을 것이고..

군주론, 강력한 도움을 준 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타인이 강력해지도록 도움을 준 자는 자멸을 자처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세력은 도움을 주는 자의 술책이나 힘을 통해서 커지는데, 이 두 가지는 도움을 받아 강력해진 자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책 중국 한(漢)나라의 장수였던 한신(韓信)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서초패왕(西楚覇王)으로 불린 항우(項羽)를 제압하는데 큰 공적을 세웠지만, 모함으로 결국 처형되는 그의 최후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다. 과연 사람들의..

월든, '어떻게'와 '왜'는 공존할 수 없는가?

개인이 사회 집단 속에서 또 다른 누군가와 접촉하며 살아간다면 사회구성원이라 말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사회구성원이라면 ‘어떻게’라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먹을 것을 구할 것인가”, “어떻게 겨울을 날 수있을 것인가” 반면, 사회구성원이 아니라면 어떨까? 당신은 머리속으로 ‘왜’라는 답변을 했을 수도 있다. ’왜 살아가는가’와 유사한 사례가 생각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사회구성원이든 그렇지 않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