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보고 읽고 쓰기/감상 (93)

대학 중용, 본성탐구의 맺음은 실천

『대학』의 팔조목에는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말이 있다. ‘격물’이란 한 사물에 나아가 한 사물의 이치를 파악하는 것을 의미하고, ‘치지’란 사물의 이치를 완전히 탐구한 뒤 나의 지식이 다 드러나지 않음이 없는 곳을 말한다. 중국 사상가, 주희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공부방법으로 팔조목 중 위에서 말한 격물치지와 인간의 행위 동기를 성실히 하고 마음을 바로 잡다는 성의정심(誠意正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런 주희의 사상에 반..

인식론, 우리가 정말로 세계를 알 수 있을까?

인식에 대해 궁금증은 아마도 사진에 관한 탐구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보기 좋은 사진을 촬영한다’는 기술적 접근도 중요했지만 '내가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여 촬영했는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진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그 사실은 내가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도대체 난 무엇을 보면서 촬영했던가. 내 앞에 놓여있는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했는가. 정말로 해석은 했을까? 이런 나의 끊임없는 질문은 ‘인식’을 검색하..

의욕의 스위치, 책을 읽다 도플갱어를 만나다

“음, 그럼 한번 가볼까?” 이런 기분으로 외출한다면 마음이 맑게 개여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위의 책, 127쪽 가끔, 내가 느꼈던 순간을 책에서 읽는 순간은 마치 도플갱어를 만난 듯, 소름이 돋곤 한다. 휴일, 머리는 무겁고 몸은 게으름에 익숙하다. 등산으로 나른함을 떨쳐버리려 했으나 낮잠을 자고 만다. 몽롱한 의식을 애써 흔들어 깨어보니 오후가 지나고 있다. “이대로는 너무 허무해! 귀찮지만, 잠시 다녀오면 그 상쾌함을 잘 ..

도덕경,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한 갈망

영원한 기억이 있을 수 없듯 영원한 망각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기억과 망각은 그렇게 공존하며 자신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영원한 기억을 부르짖고 있다면, 잊혀짐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반대로 영원한 망각을 외치고 있다면 어떤 기억에 대한 벗어남의 몸부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떠오르는 것은 ‘영원함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허무함이 아닐까요?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희망적일 메시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기억과 망각은 인간..

월터는 숀이 인정한 사진 편집자

바다 위에 착륙하는 비행기 우리는 영화를 볼 때 꾸민 이야기임에도 마치 실제 일어난 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픽션과 논픽션이 교묘히 교차한다. 마치 비행기가 바다 위에 착륙도 가능하다고 착각이 들 정도로 월터(벤 스틸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실과 가상의 벽을 교묘히 허문다. 여러 영화 감상평과 미디어 영화 소개를 읽어 보니 많은 장면이 주목을 받았다. 25번째 필름을 찾기 위해 사무실을 박차고 나오는 월터..

곁에 두면 든든한 글쓰기 실용서

복고풍 표지에 손발이 오글거리는 말이 눈에 띤다. “읽는 것만으로 글이 확 좋아지는 가장 실용적인 글쓰기 매뉴얼” 이런 말 때문에 실용서를 찾지 않는데 이 책은 오글거리는 말이 잘 어울린다. 군더더기 없이 말할 것만 말한다. 짧지만 깊이 있는 실용서다.내용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봄직한 지침들이다. ― 접속사를 적절히 사용하라. 자신의 경험을 말해라. 가독성을 생각해라. 퇴고하고 또 퇴고하라. ― 어떤가? 이미 익숙한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일요일이면 한 주의 둘째 날이자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진다. 무거운 눈꺼풀이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면 어김없이 남들이 자는 시간에 슬그머니 눈이 떠진다.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요일 오후 풍경인가 보다. 나도 모르게 손에 쥐어진 텔레비전 리모컨을 발견한다. 마침 흥미로운 영화가 막 시작을 했다. 《The Giver》라는 영화로 국내에서는 《더 기버 : 기억전달자》라는 제목으로 2014년 개봉했다. 나중에 안..

곁에 두고 읽는 니체: 목표를 향해 쏘는 화살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다 보니 이런 책이 힘이 된다. 자기개발서 같은 느낌도 들지만 주로 니체의 생각을 지은이 사이토 다카시가 변용하고 있다. 목표를 향해 쏘는 화살 비유에 우연은 어디에 속할지 궁금해진다. 2015-10-29 손택은 “진실은 균형”이라 말하면서 “진실의 반대인 불균형은 거짓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면, 니체의 불온함이 온당함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이해가 된다. 젊은 클라이스트가 독일 문학계의 ..

영화 메멘토에서 들려주는 기억과 기억행위의 차이

현재는 의미 없어 빌어먹을 메모처럼. 기억이란 지난 일을 잊지 않는 것이죠. 영화 메멘토(Memento, 2000) 주인공 레너드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을 앓고 있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만 사건 이후는 오로지 10분의 삶만 기억하고 있는 셈입니다. 보통 시간은 흘러간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흘러간 시간은 과거이고 지금은 현재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레너드에..

영화 베스트 오퍼에서 말하는 가상과 현실, 그 오고감의 종착지

조각상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피그말리온 아담과 이브 조각상 뒤에서 클레어를 훔쳐보는 올드먼을 보면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떠오른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아름다운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 다른 여인을 사랑할 수 없었다. 이를 불쌍히 여긴 비너스 여신이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피그말리온은 그토록 사랑하는 조각상과 현실에서 대면한다. 올드먼이 피그말리온이라면 클레어는 살아있는 아름다운 조각상이다.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가상을 현실로 만들..

영화 ‘행복한 사전’에서 진짜 주인공은 누굴까?

연서는 연애편지를 의미하는 구린 낱말 영화 《행복한 사전》(2013)은 심각한 대립구도가 없다. 잔잔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은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서로 대화를 하고 그렇게 서로 생각을 알아가고 현재를 살고 있다. 반면 주인공 마지메만 그렇지 못하다. 그는 커다란 바다에 고립된 섬이다.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배를 잘 알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엮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다. “舟を編む(배를 엮다)”라는 원작의 제목처럼 말이다...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독서모임에서 다음 공부할 책으로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휴머니스트, 2014)를 선택했다. 첫 권을 읽은 느낌은 촘촘히 글을 적으면 총 세 권이 두 권 분량으로 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여백이 많다. 아마도 처음 미학을 접하는 독자를 배려한 게 아닌가 싶다. 빽빽하면 답답하니까. 대체로 책은 두 등장인물이 대화를 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는 느낌이랄까? 이런 방식은 책을 지배하는 두 사상, 즉 자연주의 양식과 추상·기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