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보고 읽고 쓰기/감상 (93)

레몽 드파르동: 《방랑 ERRANCE》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방랑》 덕에 나는 내 사진을 깊이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난생 처음 영화 한 편을 만들 때처럼 책 한 권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글과 사진을 적당히 뒤섞지 않고 둘이 완전히 하나가 된 책을 엮었다.레몽 드파르동. 《방랑 ERRANCE》. 정진국 옮김. 포토넷. 2015. 175쪽. 흔히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사용함에 있어 힘의 균형을 맞추기는 어렵다. 대체로 텍스트가 지배하는 신문, 잡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창조물’이 아니며 ‘구성된 것’임을 말하는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페이스북 친구가 소개해 준 흥미로운 책을 읽었습니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로 원래 제목은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BIS)입니다. 대충 제목과 원래 제목에서 내용을 유추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1997년에 초판이 나왔고 3판 1쇄는 2011년, 3쇄가 2014년에 나왔더군요. 제가 읽었던 책은 3판 3쇄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다시 책을 찍을 수 있는 힘은 무엇보다 독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은이의 힘..

사진 역사 관련 추천 책

지금 〈1946〉을 읽고 있습니다. 아,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이야기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사진 얘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군요. 드물기는 하지만 1960년 후반은 지나야 사진 얘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역사가 짧은 만큼 부각된 시기도 짧은 것 같군요.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대체로 사진 역사에 등장하는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는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사진 역사를 다루거나 사진작가를 다룬 다른 책에서 익히 읽었던 정보..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허리케인 찰리가 휩쓸고 간 뒤 발생한 가격 폭리 논란으로 인해 도덕과 법에 관한 어려운 질문이 떠올랐다.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이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연재해를 기회로 삼아 가격을 높이는 것은 잘못일까? 그럼 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면 어떤 법이 만들어져야 할까? 구매자와 판매자의 자유로운 거래를 침해하더라도 주정부는 가격 폭리를 금지해야 할까?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 감수, 김명철 옮김, 『정의란 무엇인가』, 와이즈베..

장소사색을 하게 해준 눈빛포토에세이 《경동시장》

에세이, 짧은 논문 눈빛포토에세이 《경동시장, 그 사회적 공간》을 소개한 기사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한겨레 사진마을 “논문으로 찍은 사진, 사진으로 쓴 논문”이란 제목으로 색다른 포토에세이라 소개를 합니다. 논문이란 말을 적어 놔서 아찔합니다. 사실, 에세이라는 말은 짧은 논문을 뜻하기도 합니다만, 독자층이 얇아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는데, 에세이라는 말이 와 닿더군요. 대뜸 하이데거의 ‘존재의 토폴로지’가 떠..

조세현 엮음: 《사진가, 사진을 말하다》

사진 찍는 이유를 모르는데 왜 사진을 찍으려 하는가? 전설적인 사진가부터 사진교육가, 사진이론가들의 사진에 대한 주옥같은 말은 책의 여백의 미만큼 간결하면서 여운이 남는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 싶다. 바로 ‘사진을 찍는 이유’ 말이다. 그들도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리라. 아마추어 사진가의 문제점 중 하나는 사진 찍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다. 테런스 도노반 Terence Donovan, 1936~1996 최근..

롤랑 바르트: 《소소한 사건》

육체의 기억에 따라 만든 사진들 또 다시 롤랑 바르트의 얘기인데, 이제는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주절거리는 시답잖은 사진 얘기 중에 바르트가 등장하지만, 정작 정확한 표현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도 있고, 저런 얘기도 있다는 식이니 읽는 사람은 지루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다시 그의 얘기다. 정확히는 그의 소설을 읽고 떠올랐던 사진에 대한 얘기다. 우리는 여기서 글 첫머리에 얘기했던 것, 그리고 파고들어가 보면 결국 그림엽서의 굳어..

테리 배렛: 《사진을 비평하는 방법》

사진 보기에서 내부적, 외부적 문맥의 의미 읽기 어려운 책을 읽었다. 내가 이럴 때 쓰는 말은 이것이다. ‘눈으로만 봤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말이 많다. 사진이나 영화는 의미를 알 수 없어도 느낌이라는 것이 남는다. 한 마디로 이미지가 남는데,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텍스트를 만나면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다행스럽게도 이럴 때 나만의 돌파구가 있다. 전후 문맥을 딱 잘라버리고 이미지가 떠오르는 부분만 끄집어내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다...

임영균: 《사진학교에서 배운 것들》

필름 시대와 디지털 시대의 간극 자신이 하는 일에 오래된 경험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이 함께 한다면 더욱 그 가치는 커질 것이다.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진가의 경우도 전문적인 배움터인 ‘사진학교’를 통해 그것을 이룰 수 있다. 보통 아마추어사진가는 그들과 사정이 다르다. 이런 의미에서 《사진학교에서 배운 것들》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든 것 같다. 과연 그 안에서는 무슨 대화가 오고 갈까? 무엇을 배울까?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궁금한 것..

로잘린드 크라우스: 《사진, 인덱스, 현대미술》

새로운 형태의 환각, 미친 사랑 절판된 책을 읽는 것은 늘 불안하다. 다행스럽게 도서관에 비치되어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대출이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움과 갈증은 늘 곁에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해소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이런 경우에는 수기로 책의 주요한 내용을 적어 놓을 수밖에 없다. 로잘린드 크라우스가 자신의 비평 글을 묶은 『사진, 인덱스, 현대미술』은 사진담론에 대한 내용이기 보다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이다. 즉, 그동안 사진의 ..

제프 다이어: 《지속의 순간들》

사진은 끝이 있는 되풀이다 나는 사라지는 것을 보거나 생각하면 마음속에 슬픔이나 기쁨, 좋음이나 싫음과 같은 뒤섞임이 있다. 때로는 시간의 한계를 넘어 존재하는 것에 끝없이 사랑하는 마음도 생긴다. ‘무한의 존재’,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곧 사라질 것이 분명한 것에 끌린다. 그것이 무엇이건. 그것이 곧 사라질 것은 어떻게 알까 의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도 알지 못한다. 내 생각이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 수 있다..

마이클 프리드: 《예술이 사랑한 사진》

텍스트와 한 명의 특별한 구경꾼 사이에서 생긴 순수한 만남의 산물, 푼크툼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카메라 루시다』(1980)는 줄곧 나의 관심사이다. 몇 번을 읽었어도 매번 다른 느낌과 생각이 전해진다. 개인적으로 책은 이런 것이 좋다. 사진도 그렇지 않은가? 매번 볼 때마다 똑같은 느낌을 받는 사진이라면 빠른 시일 내에 ‘휴지통’라 명명된 존재하지도 않는 공간에 버려질 운명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을 때 그가 등장하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