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보고 읽고 쓰기/감상 (93)

피에르 레비 지음: 《누스페어》

저항보다는 이주를 희망보다는 용기를 말하다 피에르 레비가 말하는 ‘누스페어’의 ‘noo’는 정신, ‘sphere’는 시공간적 세계를 의미한다. 이른바 ‘정신계’로 번역되는 누스페어란 현재까지 인류가 겪어온 문명화 과정의 완성 단계를 의미한다. 누스페어는 인간의 잠재적 역능이 사이버공간에서 현재화되는 과정으로 현대 문명화 과정의 요체이며, 인간의 정신과 의식이 한층 더 고양, 발현되는 영성적 교류의 장이다. 그는 누스페어가 집단지성과 인간의 정신적 ..

진동선: 『사진예술의 풍경』

예술로서의 사진, 사진으로서의 예술 ‘예술로서의 사진’은 사진의 시간성으로부터 자유롭다. 반면에 ‘사진으로서의 예술’은 사진의 시간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예술로서의 사진’은 조작, 합성, 변형이 가능한 탈시간적인 사진표현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미술의 요건을 갖추고 찍은 미술적 경향의 사진을 말하며, ‘사진으로서의 예술’은 사진의 시간성을 절대적으로 중요시하는 사진, 즉 시간에 예속적이라 할 만큼 시간성에 충실한 사진을 말한다. ..

은유: 『도시기획자들』

“축제는 마치 도구적으로 사람을 이용한다. 활용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끝나면 흩어지잖아요. 일상적인 공간에서 관계를 축적하면 그런 느낌이 없을 것 같아요. 다양한 예술가, 출판 관계자가 만나서 얘기도 하고, 일러스트 작가들은 출판사에 그림도 보여 주고, 그런 교류를 할 수 있는 일상적 공간으로서 책문화예술센터. 지속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하고 꿈꾸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곳을 꼭 만들 겁니다.” 본문, 44쪽 축제는 즐겁다. 짬이 없는 일상에 여유를 ..

찰스 몽고메리: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개인이 처한 문제들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꿔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개인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므로, 조화로운 삶을 살려면 반드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크리스토퍼 알렉산더(Christopher Alexander), 《영원의 건축》 그렇구나. 이게 맞는 ..

최민식: 《사진은 사상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간 사진

예술을 한다는 것은 뭔가를 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지금’ 당신의 하루를 즐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자신에게 작은 위안과 휴식을 제공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은 하게 되어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새로운 길을 향한 문이 열리며, 자신이 유용한 존재임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일이 놀이처럼 느껴진다.(26쪽) 늘 짜증나던 말이 ‘놀이’라는 말이다. 최민식 님의 글을 읽고 부터는 덜 하지만 여전히 그 ..

한정식: 《사진산책》, 일상 속에서 건져낸 사진이야기

어려운 말이 많았던 한정식 님의 다른 책과는 달리, 당신이 살아오며 보고 느꼈던 것을 사진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 아마도 그의 어려운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겹치는 글이 보일 것이다. 그래서 《사진산책》은 반가운 책이다.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참 곱다. 말씀도 어찌 그리 예쁘게 하시는지. 연세를 알 수 없지만 육십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듣는 내내 참으로 이것이 우리 말이 아닐까 느꼈다. 정작 우리 말을 모..

장폴 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요구함 없이 알림판을 놓는 자유로운 작가

책을 펼치니 앞 장이 책 몸과 떨어져 있습니다. 많이 읽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안타깝더군요. 재주는 없지만 보이는 풀로 붙여 놓습니다. '문학은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1948년 장폴 사르트르가 고민한 자국이 궁금합니다. 이제 조심스레 펼쳐봅니다.(잠시 후) 작가는 ‘쳇! 내 독자는 겨우 3천 명 정도겠지’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되며, 반대로 ‘만일 모든 사람이 내가 쓴 것을 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로: 《책등에 베이다》, 우윳빛 가위 사건

'베이다'를 본 순간 어릴 적 사건이 펼쳐진다. ‘책등에’라는 앞글에 의문을 품기도 전에. 우윳빛 속살을 봤다. 맨살이 가위에 베이면 이렇게 뽀얀 속살이 드러나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아픔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난 온통 그 속살에 마음을 뺏겼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제 ‘책등에’가 궁금했다. ‘아, 책 이름 적는 곳이 그것이구나. 책등에 베이면 하얀 속살이 보일까’ 엉뚱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가위 사건을 겪은 나로서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김아타: 《Atta Kim: ON AIR》, 반성적 사유를 통한 시선

〈Flower〉는 9·11, 홀로코스트의 아이스 기념비가 녹아내린 물을 1,000개의 세라믹 그릇에 담아서 거기에 새로운 생명인 꽃을 피워 가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중략)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ON AIR 프로젝트는 결국 예술이 과거를 치유하고 현재와 소통하며 미래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라는 내 신념에서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50〕 언 물, 차가움, 결정, 여름 등이 나열된다. ‘얼음’하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이것 모두는 관념..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여행법》, 꾹꾹 눌러 담은 자유에 또 다른 자유를 찾는 여행 출발 그때

헌책을 산다는 것은 옛 자국을 만나는 것이다. 자국은 책 앞표지나 글을 읽는 동안 셀 수 없이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남긴 자국을 찾을 수 없는 책도 만난다. 문학사상사에서 1999년 발행된 《하루키의 여행법》 처음 판이 그렇다. 아마도 곱게 책을 읽고 책꽂이에 놓아두다 헌책방 책꽂이에 놓이지 않았을까 싶다. 무려 16년 동안. “아니, 좀 여러 가지로 직접 보고 싶었지요. 그게 어디든, 실제 이 눈으로 보지 않고는 어떤 곳인지 모르지 않..

이상엽: 《이상엽의 실크로드탐사》, 헌책방에서 만난 젊은 날의 자국

역사를 알지 못하니 백여 장의 사진을 보고 어찌 느낄지 두려움이 앞선다. 요즘 이상엽의 책을 자주 접하고 있다. 마음먹고 찾는 건 아닌데 도서관이나 서점, 헌책방에서 눈에 띈다. 타인의 마음도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은 나도 알 수 없나 보다. 이 책은 헌책방에서 우연히 만났다. 책장에 꽂혀 있는 많은 사진집 중 일본 작가 사진집을 구해 볼 생각으로 뒤지던 중 맨 위에 놓여있었다. 이렇게 만나고 보니 우연치고는 기막히다. 그럼에도 방대한 역사 얘기에..

진동선, 《좋은 사진》, 복잡한 도시 안에 다른 복잡함이 준 마음 가라앉음

누구나 쉽게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고 셔터를 누를 수 있다. 그러면 모두가 아는 세상이 사진으로 찍히고, 사진을 보면 누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하지만 프로 사진가들은 가장 찍고 싶은 것이 가장 찍기 어렵다고 말을 한다. 그들이 무엇을 찍었는지 몰라서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으로 의도를 말하는 것, 왜 찍었는지 교감하게 하는 것, 무엇보다 원했던 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것이 사진의 최대 난제이다.〔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