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28)

밝은 방: 3(출발로서의 감동)

가끔 촉이 좋을 때가 있다. 이럴까 싶으면 그렇게 될 때가 있다. 대게 날씨를 비상하게 맞추는 사람이 있는데 흔히 이런 사람을 두고 감이 좋다고 말한다. 현대 시대는 자동화 시대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제는 이런 말을 하는 이도 드물다. 드물게라도 보이던 제비는 이제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점점 발전하는 사회 모습에 숨은 한 이면이다. 이성이 지배하는 세계. 이런 말은 책을 ..

밝은 방: 2(사진의 분류 가능성)

한 장의 사진은 언제나 이런 동작의 끝에 있다. 그것은 그것, 그거야, 이게 그것이야!라고 말하지만 그 외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한 장의 사진은 철학적으로 변모될(언급될) 수 없다. 그것은 우연성으로 완전히 가득 채워져 있으며, 이 우연성의 투명하고 가벼운 겉모양이다. 누군가에게 당신의 사진들을 보여줘 보라. 그는 곧바로 자신의 사진들을 꺼내고 이런 식으로 말할 것이다. ‘여기 좀 보세요, 이게 내 형이고, 이게 어릴 적 나예요.’ 결국 사진..

밝은 방: 1(사진의 특수성)

아주 오래전 어느 날 나는 나폴레옹의 막내 동생 제롬의 사진(1852)을 우연히 보았다. 그때 나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놀라움을 드러내며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황제를 보았던 두 눈을 보고 있다.’ 때때로 나는 그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공감하지도, 이해하지도 않는 것 같았기에(이처럼 삶은 작은 고독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나는 그것을 잊어버렸다. 사진에 대한 나의 관심은 보다 교양적인 양상을 띠었다.롤랑 바르트, 《밝은 방..

밝은 방: 46(시선)

사진은 두 눈으로 똑바로 나를 바라보는 그 힘(정면의 포즈가 보통 시대에 뒤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사진은 이 힘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어떻게 보지 않고 쳐다볼 수 있는가? 사진은 주의력을 지각과 분리시키고 전자만을 전달하는 것 같지만, 후자 없이 전자는 불가능하다. 괴상한 일이지만, 이런 현상은 노에마 없는 노에시스이고, 사유 없는 사유행위이며, 목표물 없는 조준이다.롤랑 바르트, 『밝은 방』, 김웅권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