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55)

기호학이란 무엇인가: 신호등과 교차로

“단일 의미를 지니도록 만들어진 기호를 신호 signal”〔46〕라고 하며 신호등에서 빨간 등, 파란 등은 하나의 뜻만을 가진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노란 등이다. 과연 이것도 신호에 해당할까? 그러니까 하나의 뜻만을 가지고 있는가? 빨간 등과 파란 등과는 달리 노란 등은 다소 복잡한 의미가 있다. 보통 노란 등은 경고를 의미한다. 차량이 교차로 내에 위치한 경우 노란 등의 의미는 진행으로 바뀐다.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지 않았을 경우 노란..

프루스트와 기호들: 의미의 내파

질 들뢰즈의 《프루스트와 기호들》은 알 것 같으면서도 쉽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 걸맞은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 제목이 기억나지는 않는데 꽤 오래된 영화이다.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으나 주인공은 황당한 세계와 맞닥트린다. 바로 기존에 알고 있는 언어가 다른 것을 말하고 있는 세계이다. 예를 들어, 기억이 틀리지만, ‘당근’이라는 낱말은 긴 원추형으로 적황색이며 맛이 달콤하고 향기가 있는 것인데 달라진 세계에서는 ‘전화기’를 뜻한다. ..

프루스트와 기호들: 화성에서 온 소돔 금성에서 온 고모라

기억이란 무엇일까? 기억[지난 일을 잊지 아니함. 또는 그 내용.]은 과거의 일을 저장하는 것인데 늘 회상과 혼동된다. 회상은 무엇일까? 회상[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은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 들뢰즈가 《프루스트와 기호들》에서 말하는 ‘기억’은 온전히 전자를 의미하는 것이며 ‘기억’이 활동한다는 것은 ‘회상’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내 안의 ‘기억’의 의미는 자꾸 혼란스럽다. 질투하는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의 거짓..

프루스트와 기호들: 시작하며

다음 독서모임(두 개의 독서모임 가운데 하나)에 같이 살펴 볼 책 얘기다. 몸이 탈이 나 이전에 살펴 본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은 한 번 참석했을 뿐 모조리 불참했다. 양말을 혼자 신지 못할 정도여서 같이 못한 미안함이 완충되긴 했지만. 이제 양말을 신을 수 있으니 다시 달려본다. 그리하여 들뢰즈는 그리스적 친구들의 공동체 대신에 동방의 현자를 내세운다. 위 인용에서 들뢰즈가 정의했듯, 동방에서 온 현자는 〈형상〉을 통해 사유한다. 누가 ..

미학 오디세이 1: 가상과 현실의 미궁에서 진리 찾기

아래 글은 앞으로 있을 독서모임에서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를 읽고 발제할 혹은 발제될 글입니다. 책은 20주년개정판을 읽고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발제 방법을 바꿔 한 날에 저마다 한 꼭지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합니다. 각자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런 방식은 어떨지 모르겠군요.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은 시대 도마뱀은 자유롭게 혹은 자연스럽게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고 있다. 에셔의 석판화를 보며 이렇게 말..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이것이 예술이라면

샬럿 코튼의 《현대예술로서의 사진》(권영진 옮김, 시공사, 2007) 가운데 첫 번째 꼭지인 〈이것이 예술이라면〉에서 말하는 것은 사진이 전통적으로 사건을 기록하는 매체를 넘어 예술행위 자체를 이미지로 고정한다는데 있다. 다시 말해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보다 이미 사진을 촬영하기 전부터 어떤 생각이 지배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 우연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역시 이것도 기존 전통적 성격과는 다르다. 한 곳에 머물며 작가 감각에 맞는 장면을..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묻는 조르주 루스

2차원과 3차원 공간의 상호작용은 사진을 보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단단한 조형적 형태나 스쳐가는 사건들을 묘사하고, 2차원 속에 그것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사진의 능력은, 사진의 전체 역사에서 많은 사진작가들을 매료시키고 괴롭혀온 과제였다. 그리고 현대예술사진에서 사진 매체의 본질적인 특성에 대한 질문들은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기법에 관련될 뿐만 아니라 전체 작업의 주체가 되기도 했다.샬럿 코튼.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권영진 옮김. 시..

현대세계의 일상성: 기호, 상징, 신호

앙리 르페브르는 의미의 장, 그러니까 의미작용이 일어나는 사회에서 오랜 기간 상징들이 이 장을 지배해 왔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상징은 사회적 힘이 부여된 상징들이다. 더불어 문자사용의 증가와 인쇄술의 발달로 의미의 장은 상징에서 기호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가 고찰하는 시대(1950년에서 1960년 사이의 프랑스)에는 또 다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은 기호에서 신호로의 넘어감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호는 교통법규와 같이 사람의 행동을 통제..

방랑: 파편읽기는 추락이다

드파르동은 딱 맞춤한, 그러니까 비슷하게 알맞은 것이 아니라 정확한, 즉 자세하고 확실한 이미지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방랑 작업에서 최대한 선명하게 사진을 찍었다.드파르동이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거리’에 대한 입장이다. 우리는 거리를 둠으로써 좀 더 객관적으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자기 자율성’이 의미하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구경꾼이 ‘이것은 이것이군’이라 정의할 수 있는 가능성..

방랑: 순수한 시선

현실은 정말이지 덧없다. 절대로 안심할 수 없다. 때때로 저녁에, 호텔방에서 잠자리에 들 때 궁금해진다. 내가 협탁에 올려놓은 두루마리필름들이 대체 뭘까? 우리 일상의 단 몇 초분에 불과한데…레몽 드파르동. 《방랑 ERRANCE》. 정진국 옮김. 포토넷. 2015. 66쪽. 단 몇 초의 사진, 그리고 또 다른 단 몇 초의 사진이 드파르동의 두루마리필름에 담겨 있다. 현실을 탐색하는 그는 중간계에서 세로로 세상을 바라보며 어떤 의미를 찾고 있을까?..

사진은 무엇을 재현하는가: 탈코드화된 사진

아래 글은 앞으로 있을 독서모임에서 이경률의 《사진은 무엇을 재현하는가?》를 읽고 발제할 혹은 발제될 글입니다. 책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어 《사진예술》 사이트에 공개된 10개의 기사를 읽고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경률, 〈사진은 무엇을 재현하는가?〉 첫번째 테마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REPORT 나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그림자 연극〉을 보면서 글을 적고 있다. 글을 적고 있는 프로그램이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환등기 부분을 가리고 있어 커다란 ..

방랑: 주제 없음의 주제

《방랑》은 때늦은 작업이나 다름없다. 나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정신병원과 《뉴욕 통신》에서 작업했던 그런 자리로 뒤늦게 돌아온 것이다. 분명 그렇게 했다. 나는 주제도 제목도 팽개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에 만족했다. 방랑이란, 주제를 포기하는 것이고 영화에서처럼 줄거리를 짤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줄거리라는 것은 항상 영화를 감시하고, 이야기를 감시하는 귀찮기 짝이 없는 것이다. 얼마 지나고 보면 결국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레몽 드파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