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보고 읽고 쓰기 (214)

밝은 방: 23(가려진 시야)

때로는 글쓴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일부 단락이나 문장만을 다루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특히나 이번 장은 뒷장에 언급된 말 때문에 더 정리가 쉽지 않다. 바로 지금까지 적은 글은 취소의 글이라는 바르트의 말 때문이다. 취소의 글이라는 의미(역자는 개영시라고 언급한)는 바로 다음 글에 정리할 참이다. 사실, 이번 장을 정리한다고 적은 글을 다시 읽으니 24장을 정리하..

밝은 방: 22(사후에 그리고 침묵)

점점 책 전체를 둘로 나누면 앞부분에 해당하는 끝 지점이 가까워진다. 관련 있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요즘, 『현상학이란 무엇인가』(그린비, 2011)를 짬짬이 읽고 있다. 더불어 올해는 에드문트 후설이 쓴 국내 번역본을 읽어볼 참이다. 후설 필독서라고 하는 책들은 모두 오래된 책이라 판이 끊겼다.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뒤를 돌아 뭔가를 찾고 싶은데 정작 뒤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 없는 셈이다. 어쨌든, 현상학에서 언급하는 ‘환원’, 그것이 ..

밝은 방: 21(사토리)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생각을 떨쳐버리고 사진을 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이것은 멍한 상태, 그러니까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와 같이 내가 대상을 보고는 있지만 마치 대상이 된 것과 같은 상태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는 상태. 시선과 응시의 차이처럼. 바르트는 (어떤)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든 지식, 모든 교양을 추방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는다.”..

밝은 방: 20(비의지적인 특징)

카카오페이지에서 매일 한 편 무료 만화를 즐겁게 보고 있다. 즐겁게 보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다. 극 중 암흑가 보스인 주인공 피터팬을 제거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조직, 유다야 신디케이트가 초능력자를 동원해 그를 쫓는 장면이 있다. 무려 초능력자가 등장한다. 소개된 초능력자는 달 뒷면을 촬영할 정도로 상상할 수 없는, 불가능한 능력을 가진 자이다. 그럼에도 피터팬을 정확하게 탐지하지 못하며 애를 먹는다. 초능력은 늘 신비하다...

스완네 집 쪽으로: 생틸레르 종탑이 사라지고 있다

“광장 너머 하늘에는 예전에 성 루이 왕을 응시하였고, 지금도 바라보는 듯한 첨탑이 솟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생틸레르 종탑이다. 종탑은 “우리 마을의 모든 일, 모든 시간, 모든 관점에 형태를 주고 완성하고 축성하는 것”**이다. 생틸레르 종탑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아팠다. 살아온 동안 생틸레르 종탑과 같은 것이 있었을까? 너무 어린 시절은 기억조차 없고 기억이 쌓일 때는 이미 도심 한 곳에 살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도심에서 오랜 기..

말하기의 다른 방법: 읽었던 책을 다시 마주하는 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처음 느낀 감동을 다시 마주하는 경우는 드문데 흘러간 시간만큼 내가 달라진 게 이유일지 모른다. 지난 날,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나와 지금,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내가 같다면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하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그럼에도 다시 책을 꺼내들고 읽는다. 혹시나 처음 읽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이나 느끼지 못한 감정이 내가 다시 책과 마주하는 동안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존 ..

스완네 집 쪽으로: 비의지적인 기억의 힘

“마치 콩브레에는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 두 층만이, 단지 저녁 7시만이 존재한다는 것처럼. 사실 누군가가 묻기라도 했다면, 콩브레에는 다른 것도 있고 다른 시간도 존재했다고 대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은 단지 의지적인 기억, 지성의 기억에 의해 주어진 것으로, 이런 기억이 과거에 대해 주는 지식은 과거의 그 어떤 것도 보존하지 않으므로 나는 콩브레의 다른 것에 대해서는 생각할 마음조차 없었던 것이다. 사실 내게 있..

스완네 집 쪽으로: 나를 유혹하는 온갖 해석

“엄마는 자신의 목소리에서 언어의 강력한 분출을 방해할지도 모르는 모든 잔재주나 꾸밈을 추방하고, 마치 자신의 목소리를 위해 쓰인 것처럼 보이는 문장들, 말하자면 엄마의 감수성이라는 음역 안에 들어 있는 문장들에 적합한 온갖 자연스러운 다정함이나 넘쳐 흐르는 부드러움을 표현하려고 하셨다. 〔…〕 그리고 한 문장이 끝나면 다음 문장으로,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읽어 가면서, 길이가 다른 문장을 균등한 리듬으로 만들었고 그렇게도 평범한 산문에 일..

스완네 집 쪽으로: 바니시 냄새

조금씩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을 읽고 있습니다. 정말 온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한 장도 채 읽기 어렵더군요.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줄다리기를 한다고 할까요? 줄타기일 수 있겠네요. 같이하거나 혼자하거나 그런 차이겠죠. 로쟈 님이 쓰는 《로쟈의 저공비행 (로쟈 서재)》에서 프루스트 책 얘기를 읽었습니다. 제목에 엄청 공감했습니다. “잃어버린 표지를 찾아서” 왜 공감을 했냐면, 민음사가 출판한 책 표지, 그러니까 두툼하고 감성이 듬뿍 담긴 표..

밝은 방: 19(푼크툼:부분적 특징)

아무리 순간적이라고 하여도 푼크툼은 다소간 잠재적으로 확장의 힘을 가진다. 이 힘은 흔히 환유적이다. 〔…〕 푼크툼의 또다른 확장의 예(보다 덜 프루스트적인)가 있다. 역설적인 말 같지만 그것은, ‘하찮은 것’으로 남아 있을 때, 사진을 온통 가득 채운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48-49쪽 바르트는 푼크툼을 디테일로 여깁니다. 세세한 부분, 그러니까 사물에서 한 부분이 전체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

이미지의 운명: 불친절한 읽기

맥락이라는 말을 자주 본다. 맥락은 ‘혈맥이 서로 연락되어 있는 계통’을 뜻하기도 하지만 보통 ‘사물이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나 연관’을 말한다. 책 읽고 쓰기, 그러니까 서평에 나타나는 맥락은 여러 꼭지가 어떤 입장으로 이어져 있는지 살펴봄을 뜻할 것이다. 책 읽는 사람은 이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 읽는 책뿐만 아니라 관련 책도 찾아 읽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언니는 전공자이거나 또 다른 관심으로 책읽기를 시작한 사람일 것이다. 책을 읽고 감..

사진의 이해, 사진이 주는 메시지가 마지막에 의미하는 것

나는 이것을 보는 행위가 기록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라는 말은 이제 이것이 유심히 들여다 볼 가치가 있다는 나의 믿음은, 이미 그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보여 주지 않기로 한 모든 것들에 비례한다라고 풀어써야 할 수도 있다. 존 버거, 『사진의 이해』, 제프 다이어 엮음, 김현우 옮김, 열화당, 2015, 35쪽 사진이 주는 메시지가 마지막에 의미하는 것은, 본다는 의지보다 보여준다는 의지이다. 존 버거는 사진을 꼭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