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사진노트 (246)

이상엽 변경의 역사 토론회를 갔다 오다.

3월 5일, 사진가 이상엽의 변경의 역사(The History on Frontier 1679-2015) 토론회를 갔다 왔다. 당일, 비 예보를 듣긴 했는데 막상 작은 우산 하나를 들고 상경하려니 발걸음이 무겁다. 그나마 갈 수 있었던 건 같이 가는 지인 때문이다. 함께 가는 이가 없었으면 여지없이 방구석에서 청승맞은 비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일우스페이스에 도착한 것은 약 2시 50분. 찬찬히 사진을 보고 싶어 조금 일찍 가기로 했었는데 비 탓..

살기 좋은 나라보다 살기 안전한 나라

3월 2일, 테러방지법이 통과됐다. 야당이 진행한 무제한토론이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국회 본회의 통과 소식을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무제한토론을 지지한 이들은 허무감에 빠질 새도 없이 4월 총선에서 뭔가 변화가 일길 기대한다. 살기 좋은 나라를 그토록 원했는데 이제는 살기 안전한 나라를 부르짖어야 하니 얼마나 허무한가! 안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러니까 안전은 누굴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

느슨한 현실과 관계하며 또렷이 실존하는 유령집회

24일 광화문광장에서 홀로그램을 이용한 ‘유령집회’가 열렸다. 뉴스를 통해 현장을 영상으로 봤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한 장의 사진이다. 영상이나 사진이나 다른 느낌은 아니다. 실제가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매체 특성 얘기가 아닌, ‘유령집회’라는 말과 같이 현실이 아닌 가상을 본다는 것은 변함없다.그래서인지 거부감이 없다. 아마도 현실과 또렷하게 연결되지 않고 느슨하게 연결된 탓일 게다. 그럼에도 홀로그램은 현실과 연결되어 지나간다.흥미로..

억압을 극복한 은수미 의원의 진실 발언

지금 국회에선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연달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당이 국회 안이 아니라 밖에서 야당은 무제한토론을 중단하라는 퍼포먼스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제한토론 가운데 무엇보다 감동했던 것은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발언을 소개했던 부분이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 게 아니라,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섭니다. 그게 ..

미로를 만드는 저자와 미로를 찾는 독자

책은 더할 수 없는 물질이다. 반면, 텍스트는 손으로 잡을 수 없다. ‘저자의 죽음’에서 저자는 생산자 측면보다 신화 측면이 강하다. 신화가 죽고 다른 생산자가 출현한다. 그것이 바로 독자다. 저자가 작품 속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저자가 이제 아무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잘못 이해한 것이다. 저자는 미로를 개설한다. 중요한 것은 그 미로는 독자를 위한 것이다. 미로의 시작은 존재하지만,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는 저자가..

나로부터 시작되는 살아 있는 경험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노에마는 ‘그것은-존재했음’이라 확인했다면, 존 버거는 좀 더 사진의 모호성을 파고들었다. 버거는 사진의 모호성은 “작품 ‘이해’의 걸림돌이 아니라”* 말한다. 얼핏 들으면 이 말만큼 이해되지 않는 말도 없다. 모호하다는 것은 말이나 행동이 흐리터분하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따로따로인 것을 모아 하나로 구성하는 능력이 있다. 하나로 모은 것은 따로따로인 것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사실인지..

사진씬을 진단하는 책 그리고 책이 되었으면 하는 보고서

박평종이 쓴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달콤한책, 2013)을 다시 훑어봤다. 첫 느낌은 참 바른말인데 곧이곧대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두 번째는 사진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조목조목 잘 짚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책을 읽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쉽고 간결하게 적었다는 얘기다. 다시 읽으니 ‘우리 사진의 풍경과 역사’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 한국사진사를 간략하지만 핵심을 빠트리지 않고 잘 말해..

포토닷 2월호, MULTI-CHANNEL, 안정 또는 불안을 느끼는 사진

포토닷 2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사실, 이것은 어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 다시 이어지고 있다. 나는 책이나 잡지를 볼 때 목차를 상세히 살피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목차를 통해 책 흐름을 알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어 꼼꼼히 본다고 하는데 난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몇 개 낱말이 열거된 것으로 책을 알 수 있지? 그것은 논문이나 학술자료에 해당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오랜 시간동안 일정한 의미의 흐름 속에서 그것을 반박하거..

사진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말하고 싶은 이유

내게 사진을 시작한다는 의미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였다. 그것이 지속되면 취미가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출사를 가거나 또는 홀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의미가 달라졌다. 시작한다는 것이 꼭 시간에 근거한 의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두 입장을 보이지는 않지만 인식할 수 있는 시간선에 놓으면 제각각 한 점을 차지하겠지만, 현재라고 인식할 수 있는 시간 끝자락에 지금이..

이런 사진도 사진인가! 그런데 사진이다

처음 그의 사진을 보고 느낀 것은 ‘이런 것도 사진인가!’라는 낮잡아봄이 있었다. 물론, 사진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 그 어디쯤 그의 사진이 속해있다는 것조차 부정했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사진가라면 평범한 세상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사진에는 보통 볼 수 있는 풍경과 사물이 그것 그대로 있다. 처음이 두 번이 되고 또다시 보고, 횟수가 늘어갔다..

아이 사진을 찍지 못하는 이유

요즘, 어떤 이유를 적는 일이 부쩍 늘었다. 물론, 사진에 관한 것이다. ‘아’이유 시리즈가 될 판이다. 내가 사진에 관해 생각하는 이런저런 이유랄까? 아이 사진은 찍지 못하는 이유, 제목이 참 엄청나다. 뭔가 대단한 생각보다, 내게 왜 아이 사진을 찍지 못하는지 궁금해 글로 풀어 볼 요량에 적고 있다. 우연찮게(?) 카메라가 생기고 자연스레(?) 아이 사진을 찍는 것, 아마도 많은 이가 공감할 아빠 사진가 앞에 놓인 정해진 차례일 것이다. 물론,..

선명한 사진을 꺼리는 이유

내 모습이 주제를 넘어서고 분수에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왜 선명한 사진을 꺼리는지, 그 이유를 말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존 버거가 쓴 글을 읽고 더 단단해졌다. 선명한 사진을 좋아하고 즐겼던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본 그대로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건 내 기술이 부족한 탓일 수 있고, 평소에 쌓아놓은 교양이 부족한 탓일 수 있다. 알고 지내는 한 사진가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