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사진노트 (246)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이유

한번은, 구경꾼과 촬영자의 입장에서, 그러니까 양쪽 입장에서 사진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누군가에 의해 사진 찍히는 시대에 꽤 괜찮은 물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출판을 준비하면서 뭔가 어긋남을 알게 되고 그렇게 프로젝트는 멈췄다. 지금 생각하면, 아니 사진가 장 모르의 말을 듣고 보니 참 잘한 일이구나 싶다. 모르가 한 말은 이것이다. “나는 문득 내가 양쪽의 입장 모두가 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이런 가정은 늘 ..

그는 사진이 어떠냐고 내게 물었지만, 난 뭐라 답할 수 없었다

“메인 사진 어때요?”그는 사진집을 보고 있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뭐라 답을 할 수 없었다. 사진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뭐라 말해줘야 할까. 괜찮다느니 좋다느니 하는 인사치레 말이라도 해줄 걸 그랬나. 어쨌거나 난 아무런 말을 해주지 못했다.그가 낸 책은 판본 정보가 없어 정확하지 않지만, 크기는 대략 손바닥만 하고 독립출판 형태의 사진집이다. 왼쪽에는 글이 오른쪽에는 사진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프러스, 구름 그리고 다섯 개 별

손이 얼어 손등 피부가 갈라질 정도로 추운 밤이다. 내 둥근 시야에 하얀 구름이 가득 찼다. 까만 밤하늘에 하얀 파스텔을 흩여 뿌린 듯 무심하면서도 촘촘한 보드라움이 느껴진다. 살을 에는 추위 탓인지 구름 등에 살짝 투명한 파란빛이 난다. 조금씩 몸을 움직이던 구름은 건물 한 모퉁이와 맞닥트린다. 그러나 마치 투명인간 마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모퉁이를 스쳐지나 건물 위에 머문다.내가 밤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왜 이렇게 가깝게 느꼈는지 알 수 없다...

소를 키우는 마르셀이 들려주는 사진의 의미

두 친구(존 버거와 장 모르)는 사진 작업을 위해 산악지방에 살고 있는 농부와 생활을 한다. 마르셀은 그들과 함께했던 농부 가운데 한 명이다. 마르셀은 소 50마리를 키운다. 이틀 동안 사진가 모르는 마르셀과 생활하며 꽤 친해진 듯하다. 서로 마음을 열면 진실한 대화가 오고가곤 한다. 모르가 현상한 소 사진을 본 마르셀은 그런 것은 찍을 게 못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찍은 사진도 썩 만족스럽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말을 덧붙인다. 사람 얼굴을..

바람은 한참 긴 녀석이 분명하다

‘띠리링’ ‘띠리링’ 같은 소리가 두 번 들렸다. 내가 두 번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그 소리는 나를 두 번 찾아왔다. 신호등에서 울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향신호는 음성어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첫 음은 귀를 찌르고 나머지 두 음은 귓속을 맴돈다. 아마도 ‘o'이 갖는 묘한 울림이 그것을 표현하는 듯하다. 얼마 만에 듣는 소리인가! 음향신호를 시작으로 또 다른 소리가 들린다. ‘또각’ ‘또각’ 아스팔트를 때리는 구두 뒷굽 소리는 언제..

노기훈 미장센, 흐릿한 또는 또렷한 사람들

뭘 보여주려는 걸까요? 분명, 사진가는 거기 있었을 테니 잘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거기 없었으니 잘 모르죠. 사진만으로 상황을 알기는 참 어려운데 이 사진은 또 불친절하군요. 도통 읽을 수 있는 게 없어요. 짤막한 사진 제목만 있는데 그것도 또 불친절해요. 그냥 장소만 알려주고 있어서 말이죠. 몇 년 전 사진입니다. 물론 사진 제목으로 알았죠. 장소는 서울역 광장이나 청계광장 그리고 자유광장(인천 자유공원)입니다. 왜 사람들을 흐릿하게 찍..

가면, 문화라는 얼굴

때론 삶의 희망이 되고, 때론 죽음의 증거가 되는 사진이라는 '얼굴'을 어찌 정의해야 하는가. 사진작가 노순택이 『사진의 털』에서 말했던 얼굴은 후자로 정의된다. 코뮌의 시위자가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듯 그가 카메라를 들고 서 있던 현장에서 숱하게 그 증거를 보았으리라. 지금에 와서 이야기하지만, 그의 사진 에세이를 보고 읽으면서 느꼈던 '충격'이라는 단어는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충격이라는 단어는 내가 겪지 못했던 사실을 안 탓에 느꼈..

정지의 신호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된 모양이다. 뉴스에서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최고 150mm의 집중호우가 예상되니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도심 속에서의 강우량은 불쾌지수와 같으리라. 많은 비가 내리면 내릴수록 도시인의 감정은 격해진다. 가뜩이나 신경 쓸 일도 많은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쏟아지니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혹자는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음미하는 상상을 했을지 모른다. 이렇게 그 풍경을 상상하며 적어 ..

임금피크제, 앞뒤가 바뀐 갈등

임금피크제가 세대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란 정년연장 또는 정년 후 재고용하면서 일정나이,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이다. 얼핏 읽으면 두 손 벌리고 환영할만한 제도이다. 그러나 국내에 정년퇴직자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 정년퇴직 전에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에 과연 임금피크제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궁금해진다. 관련 제도가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불안과 (그나마 권고사직을 지키기라도 하면 다행..

프로그램 학습목표는 결과보다는 원리

올해 1월, 정부는 초·중·고교에서 2018년부터 코딩 교육을 정규 과목으로 지정함을 목표로 방안을 논의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닌 듯합니다. 빠르면 계획대로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코딩 교육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개발한 ‘스크래치’가 있고, 다음으로는 오픈소스인 ‘아두이노’(Arduino)가 있습니다. 아두이노는 마이크로컨트롤러가 장착된 보드에 실행코드를 업로드할 수 있는 개발 도구입..

반복을 통한 증명, 영상의 위험성

(사진도 해당되는) 영상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여기서 말하는 힘이란 긍정적인 힘을 말합니다.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면 일단 부정적인 면을 살펴보면 좋을 듯합니다. 사진의 위험성을 말이죠. 사진은 바깥 세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으로, 우리는 사진을 통해 바깥 세계를 이해한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믿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있었고, 사건이 있었고 등등 말이죠. 그러나 사진은 특정한 상황을 지속해서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매체입..

자동화의 끝은 어디인가?

육체를 대신하는 자동화 어머님은 가끔 제 어린 시절 얘기를 해주십니다. 그 가운데 자주 들었던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처음 전철을 탔을 때 스스로 열리는 문이 신기해 “와, 자동문이네!”라며 주변 사람도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흔치 않지만 미닫이문도 있던 시절이니까요. 자동문의 등장으로 현대인은 손으로 문을 열지 않습니다. 문 앞의 센서가 문을 열지 말지를 판단하니 손 쓸 필요가 없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