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수전 손택 (12)

롤랑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 가운데 서문을 들춰보니

일반성에 맞서, 과학에 맞서 나의 내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그 소리를 듣게 하고자 하는 것, 그것은 바로 내밀함입니다. 롤랑 바르트, 《롤랑바르트, 마지막 강의》, 변광배 옮김, 민음사, 2015년, 15쪽 롤랑 바르트의 《롤랑바르트, 마지막 강의》 가운데 서문을 읽다가 수전 손택의 《해석에 반대한다》가 생각났다. 둘 다 앞 페이지만 들춰 봤을 뿐이지만, 왠지 모르게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 않나 싶다. 하루 빨리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놓아야..

두 명의 수전 손택 그리고 수전 손택

얼마 전, 수전 손택의 책을 책장에 나란히 놓았다.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자꾸 고개를 돌려 보게 된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흡족하다. 내가 그녀의 글을 모두 이해한 것도 아니지만, 꽤 오랫동안 그녀를 만났고 이해하려고 했다. 책을 읽는다고 말하기 보다는 누군가를 만난다고 말하면 왠지 친근감이 느껴진다. 김광석의 노래를 듣거나 비틀즈의 노래를 듣는 것과 같은 감정이 아닐까. 유형의 존재가 사라지고 무형의 존재로 돌아갔지만, 이렇게 다시 유형의 존재..

다큐멘터리 사진과 다큐멘터리 양식

사진을 대신해 그 어떤 도덕적 주장을 내놓는다고 해도, 결국 사진은 이 세계를 백화점이나 벽 없는 미술관으로 뒤바꿔 놓았다. 이런 세계에서는 모든 피사체가 소비품으로 격하되고, 미적 논평의 대상으로 격상된다. 이제 사람들은 카메라를 통해서 현실을, 그도 아니면 현실들을 구매하거나 구경한다.수전 손택, 《사진에 관하여》. 이재원 옮김. 이후. 2005. 8쪽. 수전 손택의 글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물론, 틈틈이 말이죠. 2013년 말에 《사진에 관..

흥미를 잃어가는 기억 더듬기 놀이

요즘 페이스북을 통해 제주도 여행 소식을 종종 듣습니다. 제가 다녀왔던 두 번의 제주도도 겨울이라 그 때 생각이 납니다. 노스탤지어로 치부하기에는 좀 그렇고, 어떤 이유인지 곱씹어 보고 있습니다. 한번은 자동 필름 카메라로 기록했고, 한번은 디지털 카메라로 기록했습니다. 필름 카메라로 기록된 것은 옆지기가 예쁘게 책에 붙여 정리를 했죠. 디지털 카메라로 기록된 것은 디지털화된 상태로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차이가 있네요. 두 번의 방문 중..

사진의 오브제

사진에서 사용하는 ‘오브제’의 의미는 무엇일까? 만들어진 것, 인공물이라는 예술의 관점을 해체하여 보여준 뒤샹의 일례가 그 ‘오브제’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하게 한다. 비록 마르셀 뒤샹의 ‘기제품’도 인공물이지만 소위 작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인위적인 단계를 거친 자연물을 표상한다는 의미에서 ‘반미술’적이라 할 수 있다. 수전 손택은 『사진에 관하여』(1977)에서 “말라르메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결국 책에 쓰이기 위해서 존재..

사진공간 배다리: 인문학 강좌, 수전 손택의 사진술, 그 끝

10월 14일 시작된 <이영욱 교수의 사진인문학 '수잔손탁의 사진술' - 사진에 관하여, 타인의 고통>은 12월 9일 종강했다. 종강했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 벌써 끝인가 싶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았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흘러갔나 보다. 매번 2시간의 강의 동안, 부족함 없이 강의를 진행하신 이영욱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해본다. 늘 강의 시간이 부족했다. 전해주고 싶은 말씀과 수강생의 질문..

수전 손택: 사진에 관하여, 시각의 영웅주의

사진의 사실 혹은 진실 "언뜻 뭔가 아름다운 것을 봤는데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놓을 수 없어서 아쉬워하는 경우는 흔히 일어난다. 카메라가 이 세계를 미화하는 본연의 역활을 매우 성공적으로 완수한 탓에, 이 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사진이 아름다운 것의 기준이 되어버렸다."수전 손택, 『사진에 관하여』, 이재원 옮김, 이후, 2005, 131쪽. 예전에는 이런 아쉬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다소 수그러들었다. 어찌 보면 이런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

수전 손택: 사진에 관하여, 플라톤의 동굴에서

앞으로 총 8강으로 구성된 사진인문학 강의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이야기해볼까 한다. 강의 내용을 옮겨 적기보다 내 안의 생각을 정리하는 목적이 크다. 강의교재는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 1977>와 <타인의 고통, 2003>이다. 후자의 책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수반되므로 주로 전자의 책을 중점으로 하고자 한다. 아직도 <타인의 고통>은 불편하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불편하고 고통스..

사진공간 배다리: 인문학 강좌, 수전 손택의 사진술

"사진에 있어 인문학이 어떤 의미를 지닐까? 도대체 인문학은 사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줄까?" 사실 이런 의문을 품는 자는 사진을 촬영하는 자가 아닐까 싶다. 사진을 하다 보면 슬럼프 혹은 회의에 빠지는 시점이 있다. 여기서 사진을 한다는 것이 꼭 전문적으로 사진을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취미라는 것이 그렇듯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가 있어 지속하지만, 흥미를 잃게 되고 의미를 잃어버릴 시점에서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만 둘 것인지, 그렇지 ..

수전 손택: 사진에 관하여,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플라톤의 동굴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로 시작해서 다시 동굴을 찾는 것으로 끝이 나는 수전 손택, 『사진에 관하여』는 읽는 내내 나에게 태양의 빛을 비춰주었다. 풍부한 사진의 역사와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다양한 사진 작가, 비평가의 등장은 사진의 본질에 대해 궁금해하던 나에게 강렬한 다 갈래의 빛이었다. 『사진에 관하여』의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다 생각되는 글이 없어 수전 손택이 언급한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었다. 256에 달하는 페이지 중 나의 흔적, 즉 밑줄..

옛날 사진을 본다는 것

수전 손택은 “사진은 시간의 침식을 통해 아우라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변형으로 이익을 받는 것은 인화된 사진이다. 오래된 사진을 보고 있다면, 손택의 말을 부인하기는 힘들 듯하다. 자신과 관련된 사진일수록 가속화는 빨라진다. 어느 날 몇 장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옛날 집에서의 일상적인 아이 사진이다. 울고 웃거나 욕실에서 발가벗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내가 없을 때 아내가 찍은 사진이라 상황은 알 수 없다. 몇 장의 사진을 뒤척이다 아내의..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이 책은 25년 전에 발표된 『사진에 관하여』(1977)와 이어지는 전쟁을 다룬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또는 이미지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언제가 이 책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관심사는 ‘사진’이라는 것의 극히 일부분의 조각이다. 사진 자체가 조각인데 그것의 조각이라니, 그뿐만 아니라 작은 일부분의 조각이라니 참, 말이 어렵다. ‘사진을 본다’는 것의 시작은 수동성이다. 내가 보려 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