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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날씨 얘기로 서로 의지한다

날씨 얘기만큼 사교적인 것도 없다. 애디와 루이스도 남들과 같이 날씨 얘기로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애디 생각에 그들에게 그런 얘기는 별 의미 없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애디와 루이스는 서로나 이웃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빠르게 서로를 알아간다.재미있는 것은 이 날씨 얘기가 서로 떨어지게 되면서 중요한 얘깃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왜 하찮은 날씨 얘기가 그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됐을까? 우리는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같..

선택의 허무감이 밀려오는 영화 인 디 에어

영화가 끝나자 허무함이 밀려왔다. ‘결국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인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나는 뭔가 다른 결말을 바라고 있었나 보다. 인류는 공동체로 생활하며 서로를 지키며 살았다. 밖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협을 공동체의 보호막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밖의 위협보다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협을 더 위협적으로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마도 빙헴은 그런 인류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는 자화상인지 모르겠다.그러나 ..

너무도 빨리 역사화 되는 현대의 시간을 말하는 영화 '루시'

우리는 왜 ‘교육’을 받는가? 이를 좀 더 능동적으로 바꿔 말하면, 우리는 왜 ‘학습’을 하는지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루시’는 합성약품이 그녀의 몸을 변화시키기 전까지는 한 개인에 불과했다. 합성약품은 서서히 루시의 모든 기억을 되살리며 감성을 폭발시킨다. 병원에서 뱃속에 있는 합성약품을 꺼내며 어머니와 통화 때 흘렸던 눈물이 아마도 한 개인으로써 흘렸던 마지막 눈물이 아닐까 싶다. 그것도 잠시 뿐, 루시는 점점 감각을 상실하며 마치 로봇과 같..

월터는 숀이 인정한 사진 편집자

바다 위에 착륙하는 비행기 우리는 영화를 볼 때 꾸민 이야기임에도 마치 실제 일어난 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픽션과 논픽션이 교묘히 교차한다. 마치 비행기가 바다 위에 착륙도 가능하다고 착각이 들 정도로 월터(벤 스틸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실과 가상의 벽을 교묘히 허문다. 여러 영화 감상평과 미디어 영화 소개를 읽어 보니 많은 장면이 주목을 받았다. 25번째 필름을 찾기 위해 사무실을 박차고 나오는 월터..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일요일이면 한 주의 둘째 날이자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진다. 무거운 눈꺼풀이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면 어김없이 남들이 자는 시간에 슬그머니 눈이 떠진다.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요일 오후 풍경인가 보다. 나도 모르게 손에 쥐어진 텔레비전 리모컨을 발견한다. 마침 흥미로운 영화가 막 시작을 했다. 《The Giver》라는 영화로 국내에서는 《더 기버 : 기억전달자》라는 제목으로 2014년 개봉했다. 나중에 안..

영화 메멘토에서 들려주는 기억과 기억행위의 차이

현재는 의미 없어 빌어먹을 메모처럼. 기억이란 지난 일을 잊지 않는 것이죠. 영화 메멘토(Memento, 2000) 주인공 레너드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을 앓고 있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만 사건 이후는 오로지 10분의 삶만 기억하고 있는 셈입니다. 보통 시간은 흘러간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흘러간 시간은 과거이고 지금은 현재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레너드에..

영화 베스트 오퍼에서 말하는 가상과 현실, 그 오고감의 종착지

조각상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피그말리온 아담과 이브 조각상 뒤에서 클레어를 훔쳐보는 올드먼을 보면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떠오른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아름다운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 다른 여인을 사랑할 수 없었다. 이를 불쌍히 여긴 비너스 여신이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피그말리온은 그토록 사랑하는 조각상과 현실에서 대면한다. 올드먼이 피그말리온이라면 클레어는 살아있는 아름다운 조각상이다.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가상을 현실로 만들..

영화 ‘행복한 사전’에서 진짜 주인공은 누굴까?

연서는 연애편지를 의미하는 구린 낱말 영화 《행복한 사전》(2013)은 심각한 대립구도가 없다. 잔잔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은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서로 대화를 하고 그렇게 서로 생각을 알아가고 현재를 살고 있다. 반면 주인공 마지메만 그렇지 못하다. 그는 커다란 바다에 고립된 섬이다.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배를 잘 알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엮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다. “舟を編む(배를 엮다)”라는 원작의 제목처럼 말이다...

쿵푸 팬더, 용의 문서는 무엇이었나?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읽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 정리해 봅니다. 아이가 있는 집이면, 대부분 쿵푸 팬더를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엉뚱(정말, 엉덩이가 뚱뚱하죠)하고 위트가 넘치는 자이언트 팬더, 포는 대사부 우그웨이가 말한 용의 전사로 등장합니다. 벤야민의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부, 시푸가 용의 문서를 넘겨 주는 장면을 대수롭지 않게 봤었습니다. 단지, 고수의 비법은 존재하지 않고 진정한 비법은 바로 자신이라는 깨달..

인천여성영화제, 미자 - 억압된 시선

‘영화공간주안’에서 상영한 ‘인천여성영화제’ 이야기입니다. 뭐라고 시작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힙니다. 인간에 대해 얘기한다면 억지로라도 규정할 수 있겠지만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분리해 놓으면 그 순간부터 할 말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영화의 주인공이 저와 비슷한 중년 세대라 그 느낌 위주로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상영관을 찾지 못해 옆 건물의 주안영상미디어센터에 들르는 촌극이 있었지만 늦게라도 번지수를 찾아 컴컴한 어둠을 뚫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