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인문학 (9)

중세 시대의 사서 직업

이 시대의 사서들은 학식의 공화국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개자’로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도 학자인 경우가 많았던 이들은 동료 학자들에게 먼저 새로운 정보를 소개하는 역할을 했고, 또 총람적 지식이라는 이상도 대부분의 동료 학자들보다 훨씬 오래도록 간직했다.피터 버크, 《지식: 그 탄생과 유통에 대한 모든 지식》, 박광식 옮김, 현실문화연구, 56-57쪽.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중세 시대에는 ‘사서’라는 직업이 등장한다. 관련하여 ..

정보 확산에 따른 또 다른 집단 형성

이렇게 학문세계 안에서 사회적 분화가 진행되면서 다른 집단들 사이에 갈등도 생겨났다. 예를 들면 17세기 중반 이후 영국인들이 이른바 ‘사제술(priestcraft)’이라고 불렀던 것에 대한 공격이 점점 더 거세져 갔다. 다시 말하면 한 지식인 집단이 보통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이유로 다른 지식인 집단의 권위를 공격했던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몸집이 상당히 불어난 평신도 학자 집단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런 공격들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략) 그..

분업화된 지식 집단의 출현과 귄위를 지키려는 대학교수

문필가들은 이제 하나의 반半독립적 집단이 되어 있었고, 17세기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저술가’와 ‘작가’같은 말들을 자주 쓰는 것으로 점점 뚜렷해져 가던 이들의 자의식이 표출되고 있었다. 그리고 수는 적었지만 영향력은 컸던, 우리 시대의 용어를 쓴다면 ‘정보 중개인’이나 ‘지식 관리인’ 정도로 부를 수 있는 집단도 등장했다. 이들이 ‘정보 중개인’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 학자들끼리 교제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고, ‘지식 관리인’인 것은 자..

‘웅변술강사’, ‘반거들충이’로 시작된 인문주의자

애초 ‘schoolmen(scholastici)’이란 단어는 새로운 형식의 대학 교과과정 그러니까 ‘인문학’ 교육을 옹호하던 학자들이 만들어낸 말로 경멸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중략) 이 새로운 학문들을 가르치던 교수들에게는 ‘인문주의자 humanistae'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고, 이 용어는 처음에는 이탈리아 전역으로, 다음에는 유럽의 다른 지역들로 퍼져나갔다. 이 인문주의자들은 학자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중략) 15세기 말 이탈..

김경집: 인문학은 밥이다, 인문학이라는 처절함에서 벗어나다.

나는 이 책을 ‘현시대에 읽어야 할 책’으로 단정 짓고 시작한다. 내 나이 마흔에 인문학이라는 것, 적확하게 말한다면 인문학이라는 낱말을 알게 되었다. 너무 늦었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20년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 것 같아 기뻤고 든든했고 행복했다. 처음 시작은 순조롭지 못했다. 인문학이란 과연 무엇인가? 무엇으로 시작해야 하는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은가?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공허한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시작이 곧 출발이란 생각..

역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 현존하고 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아니 과거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사실 역사가 강력한 힘을 갖는 까닭은 우리 안에 역사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말 그대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 현존하기 때문이다.김경집, 『인문학은 밥이다』, 알에이치코리아, 2013, 219쪽. 미국의 흑인작가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 1924~1987)은 역사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우리는 대부분 역사를 지식으로 안다. 그리고 사실로 안다. 그러나 역사를 기술하는 주체와 방식에 따라 역사적 지식과 사실은 달라질 수 있다. 이를테면, 기원전 1세기말부터 약 200여 년간 로마 일대의 역사를 통칭하는 말 ‘팍스 로마나’는 로마에서 정복당한 국가에도 해당될 수 있을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 역사의 일원으로서, 우리 역시 사관이다. 정의가 이기고 거짓과 진실이 구별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도달하려면 사관의 엄정함이 필..

사진공간 배다리: 인문학 강좌, 수전 손택의 사진술, 그 끝

10월 14일 시작된 <이영욱 교수의 사진인문학 '수잔손탁의 사진술' - 사진에 관하여, 타인의 고통>은 12월 9일 종강했다. 종강했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 벌써 끝인가 싶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았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흘러갔나 보다. 매번 2시간의 강의 동안, 부족함 없이 강의를 진행하신 이영욱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해본다. 늘 강의 시간이 부족했다. 전해주고 싶은 말씀과 수강생의 질문..

사진공간 배다리: 인문학 강좌, 수전 손택의 사진술

"사진에 있어 인문학이 어떤 의미를 지닐까? 도대체 인문학은 사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줄까?" 사실 이런 의문을 품는 자는 사진을 촬영하는 자가 아닐까 싶다. 사진을 하다 보면 슬럼프 혹은 회의에 빠지는 시점이 있다. 여기서 사진을 한다는 것이 꼭 전문적으로 사진을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취미라는 것이 그렇듯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가 있어 지속하지만, 흥미를 잃게 되고 의미를 잃어버릴 시점에서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만 둘 것인지, 그렇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