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장 모르 (6)

나로부터 시작되는 살아 있는 경험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노에마는 ‘그것은-존재했음’이라 확인했다면, 존 버거는 좀 더 사진의 모호성을 파고들었다. 버거는 사진의 모호성은 “작품 ‘이해’의 걸림돌이 아니라”* 말한다. 얼핏 들으면 이 말만큼 이해되지 않는 말도 없다. 모호하다는 것은 말이나 행동이 흐리터분하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따로따로인 것을 모아 하나로 구성하는 능력이 있다. 하나로 모은 것은 따로따로인 것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사실인지..

선명한 사진을 꺼리는 이유

내 모습이 주제를 넘어서고 분수에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왜 선명한 사진을 꺼리는지, 그 이유를 말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존 버거가 쓴 글을 읽고 더 단단해졌다. 선명한 사진을 좋아하고 즐겼던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본 그대로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건 내 기술이 부족한 탓일 수 있고, 평소에 쌓아놓은 교양이 부족한 탓일 수 있다. 알고 지내는 한 사진가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이유

한번은, 구경꾼과 촬영자의 입장에서, 그러니까 양쪽 입장에서 사진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누군가에 의해 사진 찍히는 시대에 꽤 괜찮은 물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출판을 준비하면서 뭔가 어긋남을 알게 되고 그렇게 프로젝트는 멈췄다. 지금 생각하면, 아니 사진가 장 모르의 말을 듣고 보니 참 잘한 일이구나 싶다. 모르가 한 말은 이것이다. “나는 문득 내가 양쪽의 입장 모두가 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이런 가정은 늘 ..

소를 키우는 마르셀이 들려주는 사진의 의미

두 친구(존 버거와 장 모르)는 사진 작업을 위해 산악지방에 살고 있는 농부와 생활을 한다. 마르셀은 그들과 함께했던 농부 가운데 한 명이다. 마르셀은 소 50마리를 키운다. 이틀 동안 사진가 모르는 마르셀과 생활하며 꽤 친해진 듯하다. 서로 마음을 열면 진실한 대화가 오고가곤 한다. 모르가 현상한 소 사진을 본 마르셀은 그런 것은 찍을 게 못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찍은 사진도 썩 만족스럽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말을 덧붙인다. 사람 얼굴을..

말하기의 다른 방법: 읽었던 책을 다시 마주하는 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처음 느낀 감동을 다시 마주하는 경우는 드문데 흘러간 시간만큼 내가 달라진 게 이유일지 모른다. 지난 날,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나와 지금,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내가 같다면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하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그럼에도 다시 책을 꺼내들고 읽는다. 혹시나 처음 읽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이나 느끼지 못한 감정이 내가 다시 책과 마주하는 동안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존 ..

존 버거와 장 모르: 『말하기의 다른 방법』, 반(半)언어로서의 사진의 의미

존 버거와 장 모르의 사진에 관한 것 존 버거와 장 모르의 『말하기의 다른 방법』(1982) 서문에는 이 책이 어떤 의미로 제작되었는지에 대해 잘 말하고 있다.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산악지방에 사는 농부들의 생활을 담은 사진집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는 사진에 관한 것이다. 즉, 오늘 날에 만연한 사진이라는 것의 의미와 활용에 대해 답을 찾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목적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