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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 기호학자를 만난다 -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 질문에 따른 관찰

책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점 난해해지지만 점점 확실해지는 것도 있다. 왜 저널탐사, 즉 관찰이 중요한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걸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관찰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것을 알 수 있다. 질서는 아주 작은 균열을 발견하면 혼란으로 인식된다. 사진 작업을 하는 개인 혹은 단체 가운데 사진 작업의 목적이 ‘수집’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최대한 촬영자의 의식을 배제하고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겨 언제 사용될..

셜록 홈스, 기호학자를 만난다 -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 법칙, 결과, 사례

가추법이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익숙하지만 잘 알지 못한 귀납법과 연역법을 조사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해하다. 귀납 추론은 법칙을 연역 추론은 결과를 도출해내는 추론방식이다. 전자는 경험적 사실로부터 진리 가능성을 따지지만, 후자는 논리적 타당성을 따진다. 귀납 추론은 사례와 결과를 보고 법칙을 도출한다. 귀납 추론의 진리 여부는 늘 경험하지 못 한 사례와 결과에 의존하기 때문에 법칙의 진리를 증명할 수 없다. 연역 추론은 법칙과 사례에서 결과를 도..

'이미지와 텍스트' 기억 저장소로서의 디지털 이미지

편지, 전보 그리고 엽서는 대화라 할 수 있다. 나와 너 혹은 나와 특정집단에 속한 우리와의 대화이다. 연서가 그렇고 가족에게 보내는 안부 인사가 그렇다. 편지, 전보 그리고 엽서는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폐쇄적인 특징이 있는데 메시지는 허락된 이(들)에게만 전달돼야하며 읽을 수 있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다. 일기는 나만 볼 수 있다는 무언의 계약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 일기를 볼 때 뭔가 죄를 짓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무언의 계약..

'이미지와 텍스트' 노동으로써의 편지, 그림엽서 그리고 전보

편지 지금 내가 써내려가는 하얀 공책처럼 편지지에 손 글씨로 써내려간 글은 편지를 받는 이(수신자)를 위한, 수신자만을 위한 말의 흔적이다. 수신자는 편지에 적힌 글씨를 통해 글을 쓴 이(발신자)를 떠올린다. 선명하지는 않겠지만, 수신자는 마지막으로 봤던 발신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편지를 읽는다. 수신자는 발신자가 그의 손으로 쓴 글 표면의 굴곡을 따라 발신자를 만난다. 편지는 단지 말의 흔적이기 보다는 발신자의 신체이자 곧 그 자체를 엿볼 수 있는..

포토닷(2016년 4월호)에 실린 <변두리 사진 보고서: 우리는 이미지로 소통할 수 있을까>를 읽고

물체는 물질로 이뤄진 사물이다. 사진은 사물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영상이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보존된 형상을 보고 사물을 인식한다. 물론 인식 대상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며 사진에 보존된 사물은 실재 사물이 아닌 그 사물의 형상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물질이라 한다면, 사물은 물론 사진도 물질이라 말할 수 있다. 물질은 물체를 이루는 존재이다. 고대엔 물체를 이루는 물질은 단 하나라는 설이 있..

아이 사진을 찍지 못하는 이유

요즘, 어떤 이유를 적는 일이 부쩍 늘었다. 물론, 사진에 관한 것이다. ‘아’이유 시리즈가 될 판이다. 내가 사진에 관해 생각하는 이런저런 이유랄까? 아이 사진은 찍지 못하는 이유, 제목이 참 엄청나다. 뭔가 대단한 생각보다, 내게 왜 아이 사진을 찍지 못하는지 궁금해 글로 풀어 볼 요량에 적고 있다. 우연찮게(?) 카메라가 생기고 자연스레(?) 아이 사진을 찍는 것, 아마도 많은 이가 공감할 아빠 사진가 앞에 놓인 정해진 차례일 것이다. 물론,..

선명한 사진을 꺼리는 이유

내 모습이 주제를 넘어서고 분수에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왜 선명한 사진을 꺼리는지, 그 이유를 말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존 버거가 쓴 글을 읽고 더 단단해졌다. 선명한 사진을 좋아하고 즐겼던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본 그대로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건 내 기술이 부족한 탓일 수 있고, 평소에 쌓아놓은 교양이 부족한 탓일 수 있다. 알고 지내는 한 사진가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말하기의 다른 방법: 읽었던 책을 다시 마주하는 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처음 느낀 감동을 다시 마주하는 경우는 드문데 흘러간 시간만큼 내가 달라진 게 이유일지 모른다. 지난 날,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나와 지금,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내가 같다면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하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그럼에도 다시 책을 꺼내들고 읽는다. 혹시나 처음 읽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이나 느끼지 못한 감정이 내가 다시 책과 마주하는 동안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존 ..

사진의 이해, 사진이 주는 메시지가 마지막에 의미하는 것

나는 이것을 보는 행위가 기록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라는 말은 이제 이것이 유심히 들여다 볼 가치가 있다는 나의 믿음은, 이미 그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보여 주지 않기로 한 모든 것들에 비례한다라고 풀어써야 할 수도 있다. 존 버거, 『사진의 이해』, 제프 다이어 엮음, 김현우 옮김, 열화당, 2015, 35쪽 사진이 주는 메시지가 마지막에 의미하는 것은, 본다는 의지보다 보여준다는 의지이다. 존 버거는 사진을 꼭 예술..

밝은 방: 17(단일 사진)

사진은 ‘현실’을 이중화시키지 않고 강조하여 변형시키고 흔들리게 만들 때(강조는 하나의 응집력이다) 단일성을 갖는다. 거기에는 이중성이나 간접성, 교란이 없다. 단일사진은, 구성의 ‘통일성’이 통속 수사학(그리고 특히 학교 교육의)의 제1규칙이므로, 결국 진부해지기 마련이다. 한 조언자는 아마튜어 사진가들에게 “주제는 쓸데없는 소도구들을 제거하고 단순해야만 한다. 그것은 통일성의 추구라는 이름을 갖는다”라고 말한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

자동화의 끝은 어디인가?

육체를 대신하는 자동화 어머님은 가끔 제 어린 시절 얘기를 해주십니다. 그 가운데 자주 들었던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처음 전철을 탔을 때 스스로 열리는 문이 신기해 “와, 자동문이네!”라며 주변 사람도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흔치 않지만 미닫이문도 있던 시절이니까요. 자동문의 등장으로 현대인은 손으로 문을 열지 않습니다. 문 앞의 센서가 문을 열지 말지를 판단하니 손 쓸 필요가 없게 ..

밝은 방: 16(욕망을 불어넣기)

나에게 있어서 풍경사진은 (도시건 시골이건) 그곳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일으켜 주어야 한다. 이 거주의 욕망을 잘 관찰해 보면, 몽환적인 것도(나는 기상천외의 장소를 꿈꾸지는 않는다.) 경험적인 것도 아니다. (나는 부동산업자의 광고를 보고 집을 사려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환상적이며 나를 앞으로, 유토피아적인 시간 속으로 데려가는 듯한, 혹은 한없이 뒤로 데려가는 듯이 보이는 일종의 투시력(yoy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