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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허리케인 찰리가 휩쓸고 간 뒤 발생한 가격 폭리 논란으로 인해 도덕과 법에 관한 어려운 질문이 떠올랐다.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이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연재해를 기회로 삼아 가격을 높이는 것은 잘못일까? 그럼 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면 어떤 법이 만들어져야 할까? 구매자와 판매자의 자유로운 거래를 침해하더라도 주정부는 가격 폭리를 금지해야 할까?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 감수, 김명철 옮김, 『정의란 무엇인가』, 와이즈베..

장소사색을 하게 해준 눈빛포토에세이 《경동시장》

에세이, 짧은 논문 눈빛포토에세이 《경동시장, 그 사회적 공간》을 소개한 기사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한겨레 사진마을 “논문으로 찍은 사진, 사진으로 쓴 논문”이란 제목으로 색다른 포토에세이라 소개를 합니다. 논문이란 말을 적어 놔서 아찔합니다. 사실, 에세이라는 말은 짧은 논문을 뜻하기도 합니다만, 독자층이 얇아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는데, 에세이라는 말이 와 닿더군요. 대뜸 하이데거의 ‘존재의 토폴로지’가 떠..

롤랑 바르트: 《소소한 사건》

육체의 기억에 따라 만든 사진들 또 다시 롤랑 바르트의 얘기인데, 이제는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주절거리는 시답잖은 사진 얘기 중에 바르트가 등장하지만, 정작 정확한 표현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도 있고, 저런 얘기도 있다는 식이니 읽는 사람은 지루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다시 그의 얘기다. 정확히는 그의 소설을 읽고 떠올랐던 사진에 대한 얘기다. 우리는 여기서 글 첫머리에 얘기했던 것, 그리고 파고들어가 보면 결국 그림엽서의 굳어..

테리 배렛: 《사진을 비평하는 방법》

사진 보기에서 내부적, 외부적 문맥의 의미 읽기 어려운 책을 읽었다. 내가 이럴 때 쓰는 말은 이것이다. ‘눈으로만 봤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말이 많다. 사진이나 영화는 의미를 알 수 없어도 느낌이라는 것이 남는다. 한 마디로 이미지가 남는데,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텍스트를 만나면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다행스럽게도 이럴 때 나만의 돌파구가 있다. 전후 문맥을 딱 잘라버리고 이미지가 떠오르는 부분만 끄집어내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다...

피에르 레비 지음: 《누스페어》

저항보다는 이주를 희망보다는 용기를 말하다 피에르 레비가 말하는 ‘누스페어’의 ‘noo’는 정신, ‘sphere’는 시공간적 세계를 의미한다. 이른바 ‘정신계’로 번역되는 누스페어란 현재까지 인류가 겪어온 문명화 과정의 완성 단계를 의미한다. 누스페어는 인간의 잠재적 역능이 사이버공간에서 현재화되는 과정으로 현대 문명화 과정의 요체이며, 인간의 정신과 의식이 한층 더 고양, 발현되는 영성적 교류의 장이다. 그는 누스페어가 집단지성과 인간의 정신적 ..

한정식: 《사진산책》, 일상 속에서 건져낸 사진이야기

어려운 말이 많았던 한정식 님의 다른 책과는 달리, 당신이 살아오며 보고 느꼈던 것을 사진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 아마도 그의 어려운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겹치는 글이 보일 것이다. 그래서 《사진산책》은 반가운 책이다.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참 곱다. 말씀도 어찌 그리 예쁘게 하시는지. 연세를 알 수 없지만 육십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듣는 내내 참으로 이것이 우리 말이 아닐까 느꼈다. 정작 우리 말을 모..

장폴 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요구함 없이 알림판을 놓는 자유로운 작가

책을 펼치니 앞 장이 책 몸과 떨어져 있습니다. 많이 읽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안타깝더군요. 재주는 없지만 보이는 풀로 붙여 놓습니다. '문학은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1948년 장폴 사르트르가 고민한 자국이 궁금합니다. 이제 조심스레 펼쳐봅니다.(잠시 후) 작가는 ‘쳇! 내 독자는 겨우 3천 명 정도겠지’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되며, 반대로 ‘만일 모든 사람이 내가 쓴 것을 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로: 《책등에 베이다》, 우윳빛 가위 사건

'베이다'를 본 순간 어릴 적 사건이 펼쳐진다. ‘책등에’라는 앞글에 의문을 품기도 전에. 우윳빛 속살을 봤다. 맨살이 가위에 베이면 이렇게 뽀얀 속살이 드러나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아픔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난 온통 그 속살에 마음을 뺏겼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제 ‘책등에’가 궁금했다. ‘아, 책 이름 적는 곳이 그것이구나. 책등에 베이면 하얀 속살이 보일까’ 엉뚱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가위 사건을 겪은 나로서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김아타: 《Atta Kim: ON AIR》, 반성적 사유를 통한 시선

〈Flower〉는 9·11, 홀로코스트의 아이스 기념비가 녹아내린 물을 1,000개의 세라믹 그릇에 담아서 거기에 새로운 생명인 꽃을 피워 가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중략)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ON AIR 프로젝트는 결국 예술이 과거를 치유하고 현재와 소통하며 미래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라는 내 신념에서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50〕 언 물, 차가움, 결정, 여름 등이 나열된다. ‘얼음’하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이것 모두는 관념..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여행법》, 꾹꾹 눌러 담은 자유에 또 다른 자유를 찾는 여행 출발 그때

헌책을 산다는 것은 옛 자국을 만나는 것이다. 자국은 책 앞표지나 글을 읽는 동안 셀 수 없이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남긴 자국을 찾을 수 없는 책도 만난다. 문학사상사에서 1999년 발행된 《하루키의 여행법》 처음 판이 그렇다. 아마도 곱게 책을 읽고 책꽂이에 놓아두다 헌책방 책꽂이에 놓이지 않았을까 싶다. 무려 16년 동안. “아니, 좀 여러 가지로 직접 보고 싶었지요. 그게 어디든, 실제 이 눈으로 보지 않고는 어떤 곳인지 모르지 않..

이상엽: 《이상엽의 실크로드탐사》, 헌책방에서 만난 젊은 날의 자국

역사를 알지 못하니 백여 장의 사진을 보고 어찌 느낄지 두려움이 앞선다. 요즘 이상엽의 책을 자주 접하고 있다. 마음먹고 찾는 건 아닌데 도서관이나 서점, 헌책방에서 눈에 띈다. 타인의 마음도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은 나도 알 수 없나 보다. 이 책은 헌책방에서 우연히 만났다. 책장에 꽂혀 있는 많은 사진집 중 일본 작가 사진집을 구해 볼 생각으로 뒤지던 중 맨 위에 놓여있었다. 이렇게 만나고 보니 우연치고는 기막히다. 그럼에도 방대한 역사 얘기에..

최종규: 『사진책과 함께 살기』, 사진 찍기와 사진 담기의 의미

1 내 사진기에 담기는 사람들을 꾸밈없이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피사체가 되는 이들이 사진기 앞에서 절레절레 손을 젓’습니다. 느낌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조금도 훌륭하지 못한 사진만 쏟아집니다. ‘나와 너’가 없이 ‘빼앗는 사진’만 태어납니다. 내가 너를 섬기면서 나와 마찬가지로 섬겨야할 이웃을 느끼는 가운데 사진으로 다독여야 할 텐데, 나부터 나를 섬기지 않고 마구 굴리니까, 나부터 내 몸을 가꾸는 밥이 무엇이고 내 마음을 살찌우는 책이 무엇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