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1900년 이후의 미술사 (29)

1900년 이후의 미술사: 물질적 형상에서 비물질적 형상으로

포스트모더니스트는 사진을 일종의 ‘수열적’ 이미지, 즉 원본 없는 복제로서 다뤘을 뿐만 아니라 일종의 ‘허상적(simulacral)' 이미지, 즉 그것에 상응하는 지시 대상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재현으로서 다뤘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사진을 현실의 물리적인 흔적이나 지표적인 자국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실재의 효과’를 산출하는 코드화된 구축물로 보았다. 〔중략〕 허상에 대한 논의에서는 장 보드리야르와 미셀 푸코 그리고 질 들뢰즈 등이 중요한데..

1900년 이후의 미술사: 다니엘 뷔랭이 말하고자 했던 것

오늘 읽은 글은 미니멀리즘의 한계들이란 것으로 어제 읽은 글(“추한 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하지 않았나”)과 이어져요. 한스 한케는 「샤폴스키와 그 밖의 여러 명의 맨해튼 부동산 소유권」(1971)과 「솔 골드먼과 알렉스 디로렌조의 맨해튼 부동산 소유권」(1971) 작품을 통해 사진이 지켜야만 했던 중립성, 그러니까 사회적·정치적 중립성에 저항했다고 하네요. 한케 이전에도 사진 저널리즘이 있었는데 왜 유독 한케 작품이 그렇게 평가 받는지 고민을 ..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추한 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하지 않았나

오랜만에 《1900년 이후의 미술사》를 읽었어요. 그동안 온 신경이 독서모임에 모이다 보니 다른 것을 할 수 없었거든요. 물론 너무 지루해서 잠시 꾸벅꾸벅 졸기도 했고 지난함을 달래기 위해 영화 감상문도 몇 자 끼적거리기도 했죠. 사실 이렇게 미술사 책을 다시 꺼낸 든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글을 이해하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결국 안 돼서 포기해버렸어요. 포기하니 여유가 생기더군요. 물론 포기한다고 해서 독서모임을 포기하는 건 아니니까. 미술사 책 보..

1900년 이후의 미술사: 텅 빔, 무표정, 중성을 드러내는 반모더니즘

스트루트와 루프의 초기 작업이 물질적인 지지체로서나 장인적 기술의 수단으로서나 시대에 뒤처진 흑백사진을 고수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조르조 데 키리코의 회화에서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반(反)모더니즘적 충동이 여기에서도 작동하는지, 작동한다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여기서 반(反)모더니즘이란 현재를 멜랑콜리아의 렌즈를 통해 바라보고, 선진 과학 기술의 생산 수단과 필연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아방가르드 모델과 단절하며, 상실의 조건에서..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에드 루샤가 말하는 의미 없는 잉여존재 세계

이전 같은 분류 글에서 앤디 워홀은 자신의 반복 효과를 “계속해서 몇 번이고 끔찍한 그림들을 보게 되면, 그 그림은 실제로 아무런 효과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1900년 이후의 미술사』, 세미콜론, 2012, 534쪽)고 말했는데, 에드 루샤(Ed Ruscha, 1937-)의 『선셋 대로의 모든 건물』이나 『26개의 주유소』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워홀의 반복 효과로 우울함을 느꼈다면, 루샤의 사진도 같은 느낌이 듭니다. 왜 이런 감정이..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정확하게 똑같은 반복을 통해 스투디움을 지나 푼크툼에 다다를 수 있을까?

사진 한 장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꼭 그렇지는 않죠. 이런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반복을 통해 사진을 보면 좀 더 의미나 사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여기서 말하는 반복은 유사함의 되풀이인데,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은 똑같은 것을 되풀이합니다. 워홀의 반복은 외상적 현실을 가리고, 그러니까 동일한 사건 장면을 반복함으로써 관람자는 무감각해지는데, 이것을 알아챈 관람..

1900년 이후의 미술사: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펙터클한 미국 역사에 등장한 4명의 사진가

다시 돌아온 800쪽이 살짝 넘는 책,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이야기입니다. 464쪽부터 며칠 읽었으니 반은 넘긴 셈입니다. 이번 글은 무엇보다 많은 사진가가 등장합니다. 왜 〈1959d〉라고 분류했을까 싶습니다만, 해당 시기는 대공황 이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부를 획득한 미국이 스펙터클한 소비사회로 변모한 시기이며 이후 1960년대는 각종 암살사건, 흑인 민족주의가 등장한 변혁과 격동의 시기입니다. 아마도 이런 의미로 다음 시기를 암시하는 듯..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촬영자의 의도를 그대로 구경꾼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요즘 드는 생각은 (매일 요즘이지만) 촬영자와 구경꾼의 차이는 무얼까 싶은 겁니다. 여러 경우 수가 있겠지만, 범위를 좁혀서 촬영자가 구경꾼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먼저, 제가 생각하는 촬영자는 사진을 찍는 사람입니다. 전문가인지 아닌지는 굳이 구분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 모든 사람이라는 전제로 시작해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구경꾼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이겠죠. 둘은 결국 하나인데, 둘이 될 수 있..

1900년 이후의 미술사: 기계 복제 시대에 상실된 아우라를 사진 매체를 통해 극복하려 했던 앙드레 말로

오늘은 《1900년 이후의 미술사》에서 19세기 후반 스위스 미술사학자 하인리히 뵐플린이 말한 “어떤 대상을 미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의미의 문제가 된다.”〔298〕라는 말을 풀어보려 합니다. 사실,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발터 벤야민이 『기계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1935)에서 언급한 복제 방식을 통한 정치적 생산 논의와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말한 의미는 관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기호학에서는 이것을 기호..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익명화 그리고 개성이 사라진 초상사진

드디어 《1900년 이후의 미술사》에서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이론을 궁금해 하는 사진가면 대부분 읽는다는 그의 짧은 글, 〈사진의 작은 역사〉와 〈기계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이 언급되고 있더군요. 대부분 후작 얘기라 예전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전작부터 다시 정리하고 있습니다. 〈사진의 작은 역사〉를 읽은 분이라면, 외젠 아제의 적막한 파리 거리의 사진과 사..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콩밭에서 콩을 찾는 심정으로 낯설게 하기

낯설게 하기의 개념은 러시아 아방가르드 운동과 형식주의의 중심 개념 중의 하나다. 형식주의의 중요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이었던 빅토르 스클로프스키는 그의 글 「과정으로서의 예술(Art as Process)」(1916)에서 “예술의 목적은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봄으로써 대상의 감각을 전하는 것이다. 예술의 과정은 버성김과 소외의 과정이다. 예술에 있어서의 지각 과정은 그것 자체로서 목적이며 동시에 지속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김우룡 엮..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욕망, 그 완전함!

《1900년 이후의 미술사》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곳은 기분 나쁜 오브제들이 기분 좋은 잡동사니가 된 전시장이 아니라 주체가 유령처럼 자신의 욕망 주위를 맴돌고 있는 유물함이다.〔272〕 욕망이라는 것이 늘 그렇습니다. 결코 도달할 수 없음에서 시작되는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는 완전함을 갖고 있습니다. 늘 부족하고 결함이 있지만 또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완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