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방: 8(하나의 경쾌한 현상학)

밝은 방: 8(하나의 경쾌한 현상학)

Building, Yilan County, 2014

나의 사진들은 언제나 끝까지 ‘무언가 하찮은 것’의 성질을 띠고 있었다. 존재하는 데 있어서 이와 같은 어려움, 이른바 평범성이라는 것이 사진의 불구성 자체가 아니겠는가? 다음으로 나의 현상학(phenomenology)은 하나의 힘, 즉 정서와 위험하게 타협하는 것을 수용했다. (중략) 그러나 사진 일반의 본질에 도달하는 순간에 나는 방향을 바꾸었다. (중략) 나는 하나의 문제(테마)로서가 아니라 상처로서 사진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보고(see), 느끼며(feel), 따라서 식별하고(notice), 쳐다보며(observe), 생각하기(think) 때문이다.

롤랑 바르트, 《밝은 방》, 김웅권 옮김, 동문선, 2006, 35~36쪽.

의식이라는 것은 ‘무엇에 대한’ 의식이다. 무의식과 구분하기 위해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라는 조건이 덧붙는다. 바르트는 깨어 있는 동안 사진을 인식하고자 한다. 더불어 정서보다 더욱 심화한 상처(wound)로서 사진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사물을 인식할 때 우리는 대체로 시각에 의존한다. 그래서 일단 봐야 한다(물론, 다른 감각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본다고 해서 보는 것이 아니다. 보더라도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시선(gaze)과 응시(stare)의 차이처럼, 앞선 기사에서 언급했던 그 오토바이의 존재와 같이 말이다. 어떤 사물을 보고 느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인식이 시작된다. 그래서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관찰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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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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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4개 입니다.

      • 시선과 응시라.. 사진은 어쩌면 거기서 출발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냥 스쳐지나가는 풍경이나 사물, 그 자체에 어느 순간 응시할 때, 짜릿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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