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방: 9(이원성)

밝은 방: 9(이원성)

내가 재빨리 이해한 것은 그 사진의 존재(그것의 모험)가 불연속적이고 이질적인 두 요소, 즉 병사들과 수녀들이 함께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같은 세계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대조라는 용어를 쓸 필요도 없었다). 나는 (내 자신의 시선에 따른) 어떤 구조적 법칙을 예감했고, 그래서 동일한 특파원(네덜란드인 코엔 베싱)의 다른 사진들을 검토함으로써 이 법칙을 확인하고자 했다. [...] 같은 보도의 다른 사진들은 나의 시선을 덜 끌었기 때문에 나의 법칙은 그만큼 더 잘 작용했다. 그 사진들은 아름다웠고 폭동의 존엄과 혐오를 잘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들은 아무런 특징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그것들의 동질성은 여전히 문학적이었다. 그것들은 주제의 신랄함이 없었다면 다소 그뢰즈풍이 될 ‘장면들’ 이었다.

롤랑 바르트, 《밝은 방》, 김웅권 옮김, 동문선, 2006, 37~39쪽.

이번 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롤랑 바르트: 밝은 방, 8(하나의 경쾌한 현상학)”에서 바르트가 언급한 ‘사진에 대한 본질적인 학문 eidetic science of the Photograph’에 대한 약간의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해당 해석 중 ‘본질적’으로 번역된 것을 ‘직관적’으로 재해석하자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앞서 바르트는 현상학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직관적인 학문’ 또는 ‘직관적인 과학’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바르트는 코엔 웨싱 Koen Wessing (1942~2011)의 사진을 통해 어떤 구조적 법칙을 찾았다고 말한다. 그 법칙은 대조라는 용어를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분명하다고 확신한다. 그가 이토록 확신했던 것은 무엇일까? ‘이원성’ 혹은 ‘이중성’이다. 서로 다른 요소가 사진 속에 같이 존재한다는 다소 비문학적인 현상이 그를 매료시켰다. 중요한 점은 바르트는 사진 속에 존재했던 것은 확실하지만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요소에 시선을 집중했다.

‘비문학적’이라는 용어가 옳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바르트가 언급한 ‘이원성’에 접근하고자 그것의 반대 관점에 놓인 현상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그뢰즈풍의 주인공, 장 밥티스트 그뢰즈 Jean-Baptiste Greuze (1725~1805)를 살펴보고 그뢰즈풍의 장면을 이해한다면 역으로 바르트가 발견한 법칙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Jean-Baptiste Greuze: Broken Eggs" (20.155.8) In Heilbrunn Timeline of Art History . New Yor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2000–. http://www.metmuseum.org/toah/works-of-art/20.155.8. (August 2011)

그뢰즈의 그림은 대체로 도덕적 교훈을 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그림 중 〈Broken Eggs〉(깨진 달걀, 1756)와 〈Broken Mirror〉(깨진 거울, 1763)은 바르트가 말한 문화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폭동의 존엄과 혐오를 잘 말하고 있는 웨싱의 다른 사진과 같이 그뢰즈의 ‘깨진’ 작품들은 당시 순결에 대한 여성의 상실적인 모습과 그것을 볼거리로 치부하는 남성의 무관심한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바르트는 일반적으로 익히 알고 있는 지식 즉, 문화적 지식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진 속의 같은 공간에 이질적인 다른 요소가 접목될 때, 그런 현상에 관심을 보였고 더 나아가 자신이 그것을 설명할 수 없을 때 법칙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확신한 구조적 법칙은 다음 장에 ‘스투디움’과 ‘푼쿠툼’으로 상세히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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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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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8개 입니다.

      • 댓글 읽다가 적어봅니다. ^^
        말씀하신대로 공부를 계속 할 수 있고 앞으로도 하실 거라는 건 정말 좋은 일입니다.
        저도 뭔가 안 배워본 분야를 공부해보고자 이번에 방통대에 지원을 했답니다. ^^;;
        다니다말고 다니다말고 해서 이번이 세 번째 입학인데 이번에는 꼭 졸업을 할 생각이에요..
        제가 요즘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심리학 쪽인데.. 사진하고도 참 깊은 인연이 있지요

      • 오, 심리학, 대학 시절에 교양과목으로 수강을 했었는데요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교수님이 정말 재미나게 말씀을 해주셔서 딱딱한 전공과목에 분위기가 쳐지기 쉽상이었는데 가뭄의 단비 같은 시간이었어요. 힘차게 응원할께요.^^

      • 비밀댓글입니다

      • 《밝은 방》은 바르트의 후기 저작이니 그가 구조주의를 폐기한 이후에 작성된 글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말씀처럼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더군요. 다만, 1부 마지막에서 취소의 변을 통해 어찌되었건 그의 말을 폐기하지만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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