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사진과 텍스트, Looking at Photographs

김우룡, 《사진과 텍스트》, 눈빛,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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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초판 발행 후 개정판으로 2011년 출간된 《사진과 텍스트》는 나에게는 존 버거의 역자로서 알게 된 김우룡의 사진 엮음집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책의 부제, 〈사진의 발명에서 디지털 사진까지〉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사진을 취미로 꾸준히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양한 사진의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계단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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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출간되지 않았거나 쉽게 볼 수 없는 내용이 많아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이 꽤 많다. 그중 관심을 가지고 읽은 것은 빅터 버긴 Victor Burgin, 1941~ 의 사진 이론 모음집, 《Thinking Photography》(1982)에 수록된 〈Looking at Photographs〉이다.

김우룡은 버긴의 이 글에 대해 “이미지의 구조와 그 표현 방식의 규명을 위해 종래의 예술사진적 입장에서 벗어나, 관객의 보는 관점에 의한 사진 읽기를 밝혀 보이고, 이미지로부터의 쾌감의 향유를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규명하여 보는 행위에 있어서의 오류를 지적”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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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어떤 장면을 상상한다. 다시 말해 글이 말하고자 하는 어떤 이미지(장면)를 연상한다. 영화는 이미 그 자체가 이미지의 연속이므로 상상할 틈이 없지만, 소설은 이런 점에서 느슨하다. 사진은 이미지이다. 다만, 소설과 같이 느슨하지 않고 영화와 같이 연속적이지 않다. 일상의 특정한 시점을 단절하고 그것을 드러낸다.

순간의 드러남을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 사진은 짧은 시간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 같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한 채 고정된 것을 이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해석하고자 한다면, 사진은 말하기와 글쓰기 등의 자연언어와 독립해서 존재할 수 없으며 설사, 그것이 없는 사진이라고 해도 언어적 읽기가 작동된다.

언어적 읽기는 결국 사진을 볼 때 그것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즉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행위이다. 일련의 의미부여, 암호 해독과 관련된 행위에 대해 버긴은 롤랑 바르트의 초기 기호학 “저작은 사진으로 찍힌 우리 사회 모습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요 신화들 안에 자리한, 언어와 유사한 조직성을 벗겨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더불어 자크 라캉의 ‘거울 단계’를 언급한다. 그는 “우리가 보는 거의 모든 사진에서, 이런 암호 해독 과정”은 “상상적인 대상의 완벽성을 선호한 나머지 불완전하고 빈약한 현실을 거부한 결과 나타나게 된 하나의 투사일 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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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하나의 동일한 행위를 통해 표면에 담긴 ‘내용물’을 전달함과 동시에 이데올로기적 주제를 만들어내는, 사회 속 여러 의미를 표명하는 체계 중의 하나다. 따라서 사진이론은 그 이데올로기적 주제의 결정인자들이 복합적이고 총체적으로 사진 속을 관통하고 가로지르면서, 영향과 제한을 함께 받으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47쪽.

버긴은 ‘사진언어’라고 말해 오던 것은 ‘자연언어’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사회적 행위, 즉 “모든 의미는 제반 사회제도 ― 법률 시스템, 도덕, 예술, 종교, 가족 등 ―를 가로질러 차이의 그물망 안에서 표현”되며 삶에서의 다양한 사진적 경험이 사장되고 있는 것은 빛이라고 칭송되는 ‘예술사진적’ 틀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이런 입장은 사진이론을 구성하고 체계화하는 교육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거장, 걸작, 사조 등의 편파적인 언급을 배제하고 홀로 존재하는 자아로서의 예술가 상(像)도 떨쳐버리는 그런 ‘주체’가 교류하며 고정되지 않고 끝없이 진행되는 ‘상징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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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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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8개 입니다.

      • 비밀댓글입니다

      • 빅터 버긴의 책이 번역되지 않아서 아쉽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이곳저곳 기웃거리면,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 버긴의 사진을 보시면 사진 자체에 텍스트를 넣은 것이 있습니다. ^^

      • 공부 열심히 하고 계시죠?
        갈수록 전문성의 깊이가 심오해지는 듯 해서 롤패님의 내공에 경외감마저 생깁니다.
        아무튼, 화이팅 입니다요!!

      •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참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잘 알지 못하고 작성했던 기사가 계속 떠오르더군요. 대체로 정독을 하는 편이지만, 관련해서 이야기를 풀어 놓을 때는 스스로 느끼는 긴장감이 참 묘합니다.

        요즘은 조용(?)하게 지내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페북에서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 후학양성에 전념하고 있 습니다. ㅎㅎ
        즐거운 주말 되시구요!

      • 굿! 훈훈한 휴일 보내세요~ ^^

      • 전 예술로서의 사진은 진정 불가할 것 같습니다. 그저 기록으로서의 의미로 만족하렵니다^^

      • 기록사진, 참 좋죠. 저는 사진을 알아가는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지, 어떤 숭고한 예술을 하겠다는 생각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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