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영혼의 시선, 기다림 그리고 찰칵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권오룡 옮김, 《영혼의 시선》, 열화당, 2006

직관(첫인상)

구성이란 시각적 요소들의 동사적 연결이고 유기적 종합이다. 구성은 아무렇게나 되는 게 아니다. 필연성이 있어야 하고 내용과 형식을 분리시킬 수는 없다. 사진에는 새로운 종류의 조형성이 있는데, 그것은 대상의 움직임에 의해 생긴 순각적인 선들의 산물이다. 우리는 삶의 예감이랄 수 있는 움직임 속에서 작업하고 있고, 사진은 그 움직임 속에서 표현의 균형을 포착하는 것이다. ― 31쪽.

기다림

기다리고 기다려서 마침내 찰칵! 그러고는 가방에 뭔가 채워 넣었다는 느낌을 갖고 떠난다. 나중에 사진에서 기하 평균이나 다른 형상들을 추적하면서 재미있어 할 수 있는데, 셔터를 누른 바로 그 순간 본능적으로 정확한 기하학적 구도―이것 없이는 사진은 형태도 생명도 없는 것이 되고 만다―를 고정시켰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32쪽.

텍스트

기록사진에서 해설은 영상에 대한 언어적 콘텍스트가 되어야 하거나, 카메라로 잡아낼 수 없었던 것을 감쌀 수 있어야 한다. ― 36쪽.

조형적 구성

나에게 사진이란, 한편으로는 하나의 사건의 의미에 대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건을 표현하는 시각적으로 구상된 형태의 엄밀한 구성에 대한, 짧은 순간에서의 동시적 인식이다. /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와 동시에 외부 세계를 발견한다. [···] 이 두 세계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결국 하나가 된다. 우리는 이 세계와 소통해야 한다. / 그러나 이것은 사진의 내용하고만 연관된다. 나에게 내용은 형식과 분리될 수 없다. 형식이란 오직 그것에 의해서만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구체적인 것이 되고 전달 가능한 것이 되는 엄격한 조형적 구성을 뜻한다. 사진에서 이러한 시각적 구성은 조형적 리듬에 대한 자발적인 느낌의 산물이다. ― 38쪽.

1

두 세계를 본능에 따라 인식하고 기하학적 구도로 고정했다는 그 짜릿함을 브레송은 강조한다. 과연 그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아쉽게도 나는 브레송이 말하는 정확한 기하학적 구도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판단은 보류돼야 한다. 다만, 내가 알고 있다고 믿는 얄팍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렴풋이 추리해 나아가야만 했다.

2

우리는 사진과 함께 적혀있는 텍스트를 통해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사진을 본다면 혼란스러움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단박에 ‘이거구나!’ 싶을 정도의 사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아는 경우도 종종 있다.

3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 해결책은 단순하다. 다시 사진을 바라보는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있어본다. 이런 자신에게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바보스러운 행동이다. 오랜 시간을 이렇게 있다 보면 신경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 순간이 바로 사진이 나를 응시하는 순간이다. 상황이 역전된다. 찰칵!

4

처음에는 내가 사진을 응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이 나를 응시한다. 이상한 경험에 눈길을 돌릴 수 있다. 책을 덮을지도 모르겠다. 잠시라도 딴청을 피워보자. 잊힌다. 다시 그 사진이 궁금할 때가 올까? 아마도 올 것이다. 다시 볼 용기가 없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나는 볼 것이고 상황이 역전되었던 그때의 직관을 떠올리며 다시 사진을 바라볼 것이다.

5

지금까지 앞서 《영혼의 시선》에서 인용했던 것을 역으로 따라 올라가며 추리를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순간’은 ‘기다림’이다. 그것은 또한 응시이다. 응시는 주제의식 그리고 세계와의 대화, 윤리를 기반으로 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은 응시에서 비롯되며 기다림에서 출발한다. 이런 의미에서 ‘영혼의 시선’의 의미를 추리해볼 수 있다.

이미지 맵

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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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10개 입니다.

      • 거장의 생각을 들여다 보셨네요.
        전 요즘 가볍게 하는 중이에요. 너무 무거워진 듯해요. 머릿속이...

        +
        그래서 책도 내려 놓았는데 어떤 책이든 다시 읽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네요. ^^;;

      • 늘 하는 생각이지만, 저도 좀 무거운 느낌을 받은 후 가벼워지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아직 부족해서인지 무거워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 답답하군요. ^^;;

      • 사진조각님 글이나 사진보면 요즘 조금 부럽네요....

        전 어설프게 무겁다고만 느껴서 문제네요. 나쁜쪽으로 말이죠. 허영심만 가득하고... ㅠㅠ

      • 윽, 그리 말씀하시면 제가 참 송구스럽죠. 잠시 내려놓고 계신다니 언제고 다시 달릴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

      • 브레송 전을 보고온 적이 있는데..사실 사진전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브레송 전은 그래도 뭔가 얻어온 것들이 있었습니다. ^^ 제가 한때 라이카에 미쳐 살았던 것도 그 사람때문이지요.

      • 하, 라이카, 같이 프로젝트를 하시는 분 중에 라이카 가지고 계신 분이 있더군요. 밀러리스로 나온 제품인데 누군가 이벤트 상품으로 받아서 반값에 매물을 했나 봅니다. 잘을 모르겠지만, 흑백 사진은 그 깊이가 남다르게 느껴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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