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 사진, 예술로 가는 길, 나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

한정식: 사진, 예술로 가는 길, 나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

한정식, 《사진, 예술로 가는 길》, 눈빛, 2010

1

한정식의 《사진, 예술로 가는 길》은 창조적 사진에 대한 전문 서적임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내용이 쉽지만은 않다. 몇몇 내용은 사전 지식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정감 있고 친근한 필체가 돋보인다. 예술적 끼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없어도 된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두루뭉술하고 모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읽다보면 애정 어린 눈빛으로 제자를 바라보며 말씀을 하는듯한 착각이 든다.

2

“아마추어 작가들 중에서는 이 순수예술적 기능에 의해 사진은 예술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기록성에 충실한 사진은 ‘보도사진’이고, 이 보도적 성격을 벗어나, 다시 말해서 기록을 벗어나 순수한 미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사진이 ‘예술사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추어 작가들의 사진 인식의 가장 큰 허점이다. / 기록적 가치는 사진만의 고유한 가치이다. 사진의 예술성도 이 기록적 가치 위에 서 있을 때 더 빛이 난다.”〔71〕

책을 읽으며 가장 처음 빨간 플래그로 표시한 부분이다. 사진의 고유한 가치, 즉 기록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지금 당장은 무의미한 기록으로 치부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말을 너무 고상하고 현실과 괴리된 것으로 인식하지는 말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진은 항상 ‘현재’를 대상으로 한다. ‘미래’를 향한 장밋빛 인생을 꿈꾸게 하는 것은 광고일 뿐이다.

3.

“사물이 주는 심리적 측면에 대한 관심도 사진으로서는 무시할 수가 없다. 이를 추구하는 것이 소위 순수예술사진인 것이다. 이 밖에도 사물과 사물이 만나 이루어 내는 온갖 조화, 부조화가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사물과 작가가 만날 때 이루어지는 미묘한 상황,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분위기 등 시간성을 벗어난 곳에서도 많은 ‘사건’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러한 것을 다루는 사진도 있어야 하고, 있는 것이다.”〔 78-79〕

앞서 두루뭉술하고 모호하게 들릴 수 있다고 말했던 이유가 이것이다. ‘기록사진’에 대해 사진의 예술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순수예술사진’에 대한 것도 있어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혼란을 준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진의 분류는 편의상 지정되었을 뿐이다. 어떤 분류에 속한 사진의 고유한 특성이 있는 반면, 그것을 아우르는 특성도 있다. 자신이 끌리고 고집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아가면 된다.

4.

“그러나 사람들은 ‘예술’이라니까, 그 ‘예술’이라는 것이 대개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에서(이 역시 미신의 하나이다) 아름답고 고상한 것만을 골라 찍으려고 조심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썼듯 예술은 진실한 것, 절실한 어떤 것이다. 아름다운 것도 있고, 고상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아름답고 고상하거나, 추하고 천박하거나, 그런 것에 관계없이 내가 절실하게 느낀 것을 진실하게 나타내는 것이 중요할 뿐이요, 그 점만을 조심해야 할 뿐이다.” 〔166-167〕

5.

책의 일부만을 인용하여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것에 대한 오해가 발생한다면, 오로지 내가 부족하여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탓이다. 한정식은 사진가로서의 ‘몰상식’이 아닌 ‘탈상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것을 이렇게 해석했다. ‘왜곡’이 아닌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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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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