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철: 『가부키초』, 다시 생각나는 잊혀진 몽(夢)

권철: 『가부키초』, 다시 생각나는 잊혀진 몽(夢)

권철, 안해룡 번역, 『가부키초』, 눈빛출판사, 2014

“집에서 가부키초까지는 달려서 5분 거리. 가부키초 촬영을 시작할 무렵에는 화재도 취재했다. […] 2001년 기타 신주쿠에서 일어난 아파트 화재 때 불에 탄 시신을 촬영하고부터는 그때까지의 촬영 스타일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보도사진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을 귀찮게 할수록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라고 말하지만 그런 촬영 스타일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자문하게 되었다.” ― 「긴박한 취재현장」, 84 쪽.

사진가 권철은 첫 꼭지에서 환락가의 풍경을 비교적 담담하게 소개 한 후 다음 꼭지에서는 경찰과 마약상의 쫓고 쫓기는 장면, 야쿠자와 흑인과의 거리 싸움 등을 밀착 취재해 소개한다. 세 번째 꼭지에서는 넓은 시야를 통해 ‘가부키초’의 탄생부터 문화적 측면을 돌아보고 네 번째 꼭지에서는 그가 그토록 애정을 갖는 코마 극장을 소개한다. 아마도 이렇게 흘러간 것은 불에 탄 시신을 촬영하고 스스로 자문을 한 탓이리라.

그는 일본 사진학교 워크숍 중 목격한 지구대 앞 야쿠자 패싸움을 보고 가부키초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하고부터 가부키초를 천작한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전장이자 최전선이며 ‘인간극장’이라고 표현될 수 있다. 어찌 보면 저격수로 군복무를 한 그로서는 피가 끓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사진 찍는 것을 “저격수와 마찬가지죠. 표적까지의 거리와 풍향을 재빨리 파악한 다음에 총에 사용할 총탄의 종류를 결정하고 조준하지요”라고 비유했다.

연말 방범순찰 코스는 일번가 입구에서 코마 극장 앞, 사쿠라 거리, 하나미치 거리를 거쳐 가부키초 지구대까지다. 반드시 한 명을 체포해서 데리고 30분 정도 거리를 돈다. 함께 걷는 경찰은 40-50명. 보통은 못 본척하던 호객꾼도 이날만은 체포한다. 이날은 나카야마 구청장 등(왼쪽 가운데)이 센트럴로드에서 퍼포먼스 과정을 지켜보았다. ― 「연말 방범순찰 퍼포먼스」, 174쪽.

「연말 방범순찰 퍼포먼스」를 보면 국내와 다를 바가 없다. 어디서나 쇼는 존재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여성 한명 연행 위해 수십 명의 경찰이 방패 들고 동원”되었다는 국내 한 인터넷 미디어의 보도는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권철의 글에서도 『말하기의 다른 방식』(1982)에서 장 모르가 말한 ‘사진 찍을 수 없는 것’과 유사한 경험이 보인다. 그가 노숙자의 안식처라고 소개한 코마 극장 앞 광장에서 ‘고코로짱’을 만난 사연이다. “폭식사회 일본의 혹독한 현실을 마주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림이 되는 장면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처음부터 고코로를 촬영하지는 않았다.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라며 ‘사진 찍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유를 말한다.

그가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많은 갈등 속에서 고코로와 만나고 대화를 했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고코로가 “카메라를 갖고 있으면서 왜 나는 안 찍어 줘?”라며 뜻하지 않은 질문을 한다. 순진한 소녀의 요구(?)로 그는 조금씩 소녀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앞서 불 탄 시신을 목격하지 하고 그로 인해 자문하지 않았다면 이런 망설임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다른 꼭지에서 말한 「내가 주로 뒷모습을 촬영하는 이유」에서도 알 수 있듯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그후 아동보호시설에 살고 있는 소녀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촬영을 한 적이 있는 야만바(마귀할멈 분장을 한 소녀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그룹을 다시 만나 스냅 사진을 선물로 건냈다. / “어, 정말로 사진을 주시네요.” / 야만바 4명을 정말로 기뻐했다. ‘카메라맨을 하고 있어서 좋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스냅 촬영을 하는 경우는 다음날 만날 때를 대비해 언제나 프린트를 준비해서 가지고 다닌다. ― 「가부키초에서 만난 멋진 미소」, 228쪽.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어 공감이 가는 사진이다. 한 동네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소녀와의 만남을 기록했다. 잠시뿐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소중한 만남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사진을 출력해서 전해준 일이 있다. 그 만남 이후로 사진을 통해 그동안 무심했던 세상과 연결을 시도하는 꿈을 꾼다. 아쉽게도 아직은 몽(夢)일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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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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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6개 입니다.

      • 비밀댓글입니다

      • 최근 읽은 책 중 대부분 그런 고민의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과 관련된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공통점도 많고 작가마다의 특색도 있어서 흥미롭더군요. 관련 내용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 가부키초? 사진집인가요? 보여주신 몇장의 사진 참 흥미롭네요^^

      •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 권철의 사진집입니다. 고전적인 사진집은 서문과 함께 사진만 나열되어 있는데 요즘은 적당한 글과 함께 사진을 소개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방식도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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