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규: 『사진책과 함께 살기』, 사진 찍기와 사진 담기의 의미

최종규, 『사진책과 함께 살기』, 포토넷,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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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기에 담기는 사람들을 꾸밈없이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피사체가 되는 이들이 사진기 앞에서 절레절레 손을 젓’습니다. 느낌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조금도 훌륭하지 못한 사진만 쏟아집니다. ‘나와 너’가 없이 ‘빼앗는 사진’만 태어납니다. 내가 너를 섬기면서 나와 마찬가지로 섬겨야할 이웃을 느끼는 가운데 사진으로 다독여야 할 텐데, 나부터 나를 섬기지 않고 마구 굴리니까, 나부터 내 몸을 가꾸는 밥이 무엇이고 내 마음을 살찌우는 책이 무엇인지를 알아채지 못하니까, 나부터 내 눈길을 틔우는 사진이란 무엇이며, 내 마음결을 어루만지는 넋과 얼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를 붙잡지 못하니까 현실과 동떨어진 사진만 수두룩합니다. 현실을 등진 사진, 현실을 나 몰라라 하는 사진, 현실 앞에서 팔짱만 끼는 사진이 떡을 바릅니다.〔70- 71〕

2

‘사진 찍기’는 우리가 본 대상 혹은 세계를 취하는 의미가 강하다. 본 것을 사진기를 이용하여 가져온다. 취하거나 가져온다는 것도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본 것을 번역한다는 의미는 아니리라. 우리는 그저 그것 그대로 취할 뿐이다. 세계를 바라보고 취한다는 방식에서 그림이 ‘번역’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사진은 있는 그대로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인용’이다. 이러한 방식이 마뜩치 않아 그림을 흉내내기 위해 우리는 사진에 떡을 바르곤 한다.

3

‘사진 담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인용’을 의미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본 것을 그대로 담아 온다는 방식에서 말이다. 흔들리거나, 초점이 맞지 않거나, 노출이 맞지 않거나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우리가 그것을 만나는 그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진 흔적이니 말이다. ‘사진이 떡을 바르다’는 최종규 님 말처럼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무엇인가 만들어야만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만 한다.

참고자료

  • 존 버거·장 모르. 이희재 옮김. 『말하기의 다른 방법』. 눈빛출판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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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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