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이상엽의 재밌는 사진책』, 부디 사진가 킨케이드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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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과 표지 그리고 '네이버 오늘의 포토 작품 및 심사평 수록'이라는 표어가 마뜩잖았지만 '이상엽' 님을 믿고 망설임을 뿌리칠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집어 든 순간부터 이미 결과는 정해졌는지도 모른다. 『이상엽의 재밌는 사진책』의 표지는 책에서 소개된 중국 후퉁의 한 모습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왔던, 문제의 그것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한껏 웃고 있는 서양 모델의 이질적이고 상업적인 포스터였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왜 그 사진을 선택했을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상엽, 『이상엽의 재밌는 사진책』, 이른아침, 2008

이렇듯 출발은 산뜻하지 못했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이내 고민을 잊어버렸다. 깔끔하고 수려한 문구와 영화와 일상 얘기를 양념 삼아 써내려간 글은 모처럼 밤늦게까지 책을 읽게 하는 '뽕' 같은 중독성이 있다. 내가 '뽕'을 경험했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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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사진 이야기가 정말 많다. 인터넷이 안되는 상황이라 빼곡히 메모했다. 모처럼 손가락에 힘을 집중하니 쓰지 않았던 근육이 뻐근하다. 그렇지만 입가에는 야릇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책과의 여행 끝에 윤광준 님을 만나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의 "이왕 대중 출판을 목표로 한다면 좁은 사진계를 떠나라"라는 조언을 읽으니 혹시 이것이 아닐까 싶었다. 또한, 김아타 님이 책 표지를 두고 편집자와 다투다 앞표지는 편집자가 뒤표지는 그가 정하기로 한다는 대목에서 풀리지 않는 표지의 실타래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의 추측은 억지춘향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말이다.

언제 어디서든 눈에 띄는 대로 나는 마오를 수집했고, 필름은 파일에 데이터는 폴더에 저장했다. 해마다 수집 분량이 늘어난다. 흔히 ‘특정 장르의 정보를 모아두는’ 아카이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아카이브가 어찌 사용될지는 나도 알 수 없다. 〔63〕

3.

직업 사진가로 막 시작할 무렵 선배 사진가들에게 귀 따갑게 듣던 소리가 있다. 로버트 카파가 이야기한 것이다. / ‘네 사진이 충분히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 네가 충분히 접근하지 못한 것이다.’ / 그래서 나는 초점 거리 30센터 미터 광각 렌즈를 끼우고 피사체의 코앞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로버트 카파의 카메라 초점 거리는 1미터가 넘었다. 이제는 안다. 로버트 카파가 이야기한 것은 렌즈의 초점 거리가 아닌 삶의 거리였음을.〔165〕

4.

손전화로 쓰는 이야기가 이제 끝을 맺을 때가 왔다. 이유는 메모하려 두툼한 양 엄지로 글 쓰랴 손가락이 힘들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꼭지에서 사진과 텍스트,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진과 사진설명에 대한 발터 벤야민과 수전 손택의 말을 인용하면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함과 함께 작가와 더불어 우리에게 질문을 남긴다. 더불어 에필로그에서 이상엽은 여행 중 책 한 권의 여유를 권한다. 사진책이지 않을까 싶다.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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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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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4개 입니다.

      • 카파의 말은 저도 늘 머리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저역시 최단거리 1미터짜리 렌즈를 써서인지 모르지만, 카파의 말이 물리적 거리를 의미하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얼마 안가 깨닫게 되더군요^^

      • 역시, 흑백님이십니다. 저는 최근에서 그 의미를 알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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