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 『한국의 장터』, 사진 아카이브가 갖는 하나의 의미

정영신, 『한국의 장터』, 눈빛출판사, 2012

정영신 사진집, <한국의 장터>를 펼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다. 사진가는 왜 다른 사진가의 사진집을 들춰볼까? 사진을 통해 다른 이의 삶을 보고 읽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의 삶을 보고 싶었다. 혹시나 그 장터의 풍경에서 과거 부모님의 모습 혹은 내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내가 국민학교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돌아 론 아버지는 제법 돈을 모으셨나보다. 국민학교 친구 집에서 월세를 내며 살던 우리가 번듯한 이층집을 장만할 수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시절이었다.

근사한 집이 생겼으니 마냥 기뻣던 나와는 달리 부모님은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꿈을 이뤘지만 마땅히 먹고 살 일이 없었으니 또 다른 살 궁리를 하셨으리라.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전국의 장터를 돌며 플라스틱 광주리를 파는 장돌뱅이였다. 방학이 되면 하루 세끼를 챙겨 줄 수 없어 부모님은 나를 데리고 장터를 향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루한 이동에 잠을 자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었지만, 불현 듯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펼쳐 진 장관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경상북도 포항시였다. 호미곶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담양장, 1987 〔280〕

광양 옥곡장. 2012. 1 〔260〕

덧붙이는 말: 아쉽게도 사진집에서 내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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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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