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레비 지음: 《누스페어》

피에르 레비 지음, 김동윤·손주경·조준형 옮김, 《누스페어》, 생각의나무, 2003

저항보다는 이주를 희망보다는 용기를 말하다

피에르 레비가 말하는 ‘누스페어’의 ‘noo’는 정신, ‘sphere’는 시공간적 세계를 의미한다. 이른바 ‘정신계’로 번역되는 누스페어란 현재까지 인류가 겪어온 문명화 과정의 완성 단계를 의미한다. 누스페어는 인간의 잠재적 역능이 사이버공간에서 현재화되는 과정으로 현대 문명화 과정의 요체이며, 인간의 정신과 의식이 한층 더 고양, 발현되는 영성적 교류의 장이다. 그는 누스페어가 집단지성과 인간의 정신적 유산이 한데 어우러진 인류의 ‘문명사적 혁명’으로, 가상화를 통해 국경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고, 통합된 인류로 정체성의 혼란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말한다.

“언젠가 인류의 이동 현상이 심해지면, (이미 상품이나 자본, 정보가 마음대로 넘나들고 있듯이) 지리적 국경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가 말하는 국경은 사물의 이동에 따른 지리적 측면에 국한된 듯 보인다. 그의 말처럼 과연 인류의 대이동이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경제’나 ‘문화’는 실체가 아니라 분석적인 지성에 의해 분할된 인간 경험의 차원”일 뿐이고, 개인의 문제가 경제적‧문화적‧사회적 문제라면, 그의 말처럼 집단지성에 동참하여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고 희망보다는 용기를 내어 플라톤의 사회적 동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지혜’로 향하면 모든 것이 극복될 것 같다.

정말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토피아를 만날 수 있는 희망, 아니 용기만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가 살기 힘들다면 이사를 생각할지도 모른다. 도시가 아닌 국가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피에르 레비는 그것에 대해 ‘이주’를 저항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방법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사회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정치적 이념을 위해 투쟁하거나, 지리적으로 이동할 것인가? 프랑스 혁명인가, 미국 혁명인가? 정부를 바꿀 것인가, 나라를 바꿀 것인가? 권력을 택할 것인가,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인가? 미래의 선택은 후자이다. 미래의 파워는 이민으로부터 생겨날 것이다. 사람들은 국가를 개혁하기보다는, 버리고 떠날 것이다. 그리고 사막에서 절대적인 법을 발견할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이집트 탈출에서부터 미국의 서부 정복에 이르는 역사를 살펴볼 때, 이주가 저항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방법이다.

피에르 레비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통해 “그림자들로부터 벗어나 ‘지혜’의 환한 대낮으로 향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희망’이 아닌 ‘용기’에서다. 가끔은 이런 질문 아닌 질문에 다른 대답이 떠오른다. ‘동굴을 파 내려가 본질에 다다를 수 있는 존재를 발견할 수는 없는지’ 말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용기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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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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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2개 입니다.

      • 제목만 보고도 많은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머리속에 떠오르네요. 아마도 제 자신도 이부분에 대해 여러차례 고민을 해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잘 지내시죠?^^

      • 제목을 적을 때 참 어려움을 느끼는데요, 이번에는 쉽게 떠오르더군요. 말씀처럼 평소에 고민이 있었나봅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따뜻한 실내에 들어서면 얼굴과 손이 미치도록 간지럽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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