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배렛: 《사진을 비평하는 방법》

테리 배렛, 임안나 옮김, 《사진을 비평하는 방법》, 눈빛, 2003

사진 보기에서 내부적, 외부적 문맥의 의미

읽기 어려운 책을 읽었다. 내가 이럴 때 쓰는 말은 이것이다. ‘눈으로만 봤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말이 많다. 사진이나 영화는 의미를 알 수 없어도 느낌이라는 것이 남는다. 한 마디로 이미지가 남는데,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텍스트를 만나면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다행스럽게도 이럴 때 나만의 돌파구가 있다. 전후 문맥을 딱 잘라버리고 이미지가 떠오르는 부분만 끄집어내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지도 않는 노력을 하는 것은 늘 사진을 보는 방법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비평하는 방법》을 읽은 것도 그런 이유다.

외부적 문맥은 사진이 보여지는 상황을 뜻한다. 모든 사진은 고의든 우연이든 문맥 속에 위치한다. 보통 우리는 사진을 통제된 상황에서 보게 된다. 그것은 책·전시장·미술관·신문·잡지·학교 등을 말한다. 사진의 의미는 그것이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따라 변형될 수 있다. 어디서 어떻게 보여지는가가 사진의 의미를 다르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단박에 알 수 있기도 하다. 이런 해석은 사진의 ‘내부적 문맥’을 통해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이해한 것이다. 광고사진이 그 좋은 예이다. 사실, 광고사진도 내부적 문맥을 통해 쉽게 알 수 없는 것도 많다. 국외 광고사진을 보면서 어떤 제품을 선전하는 것인지 묻는 퀴즈도 있지 않나? 이런 의미에서 내부적 문맥은 보이는 그대로의 사진 안 모습과 당시 문화적 배경을 알 수 있다면 좀 더 쉽게 사진을 보는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외부적 문맥’은 다름 아닌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한 표현의 문제이다. 같은 사진이라도 작은 엽서를 통해 보는 것과 전시장에 걸린 대형 사진을 보는 것과는 분명 느낌이 다르다. 사진은 시각적 정보이다. 정보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지적 노력이 추구되어야 하겠지만, 해리 브라우디의 말대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지적 시도보다는 생각과 느낌을 혼합한 ‘지적 신봉’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외부적 문맥에 따라 사진의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는 좋은 예로는, 1958년에 로베르 드와노가 파리의 카페를 주제로 찍은 사진에 얽힌 얘기다. 이 사진은 존 사코우스키의, 현대미술관에서 선정한 100점의 사진 작품을 담은 《사진 보기(Looking at Photography)》라는 책에 실렸다. 사코우스키는 이 사진을 ‘평범한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가벼운 죄, 성적인 유혹’으로 표현했다.

드와노는 한 카페에서 포도주를 마시던 남녀에게 매료되어 그들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묻는다. 그들은 동의했고, 사진은 대량 부수를 발행하는 『르 포인트(Le Point)』지, 드와노의 카페 특집 부분에 실린다. 그후 드와노는 그 사진을 자신의 대리인에게 넘긴다. 시간이 지난 후 그 사진은 드와노나 그 커플의 동의 없이 《알코올의 악마》라는 책에 실린다. 대리인이 사진을 임의로 팔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동의 없이 한 주간지에 ‘샹젤리제 거리의 매춘’이라는 제목과 함께 게재되었다. 사진 속의 남자는 작가·소속사 그리고 주간지 잡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판사는 작가 드와노만 빼고 나머지 모두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이 카페사진이 보여진 상황이 사진의 내용을 덮어 버렸고, 사진가·인물들 그리고 사진 자체의 뜻마저도 완전히 왜곡시켜 버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 외부적 문맥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여자는 남자보다 젊어 보이고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자신감에 넘쳐 있으며 여자 앞에 두 잔의 포도주가 채워져 있는데 반해, 남자 앞에 두 잔 중 하나는 비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유혹을 나타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코우스키는 자신의 해석이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존 사코우스키는 드와노의 사진을 ‘지적 신봉’을 통해 이해했다. 즉, 사진 속의 내부적인 문맥을 통해 얻은 정보와 사진이 보여주는 이미지를 통해 그의 사진을 해석했다. 또한 현대미술관에서 선정한 100점의 사진 작품을 담은 《사진 보기(Looking at Photography)》라는 책에 실어 외부적인 문맥의 힘을 실어주었다. 사코우스키의 행동과 앞서 언급된 대리인과 주간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테리 배렛은 그 대답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독자들에게 이것이 개인적 해석임을” 밝혔고, “다른 두 이용자들은 드와노의 사진에 대한 의미를 무시하였고, 그들의 이용 가치에 따라 사진을 변형시켰다. 그리고 보는 이에게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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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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