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사색을 하게 해준 눈빛포토에세이 《경동시장》

장소사색을 하게 해준 눈빛포토에세이 《경동시장》

사진 김승현·이치환, 글 김승현·엄정윤, 《경동시장》, 눈빛, 2014

에세이, 짧은 논문

눈빛포토에세이 《경동시장, 그 사회적 공간》을 소개한 기사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한겨레 사진마을 “논문으로 찍은 사진, 사진으로 쓴 논문”이란 제목으로 색다른 포토에세이라 소개를 합니다.

논문이란 말을 적어 놔서 아찔합니다. 사실, 에세이라는 말은 짧은 논문을 뜻하기도 합니다만, 독자층이 얇아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는데, 에세이라는 말이 와 닿더군요.

대뜸 하이데거의 ‘존재의 토폴로지’가 떠오릅니다. ‘존재의 장소에 대한 말하기’로 이해할 수 있는데, 존재라는 말이 좀 어려우니 장소사색이나 장소생각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장소를 떠올리거나 남에게 설명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장소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먼저 그것을 떠올려야 하고 그것을 말하기로 설명해야 하겠죠. 심지어는 그림으로 그리기도 합니다. 결국, 이런 행동들이 장소사색이나 장소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과 사진의 배치

다른 포토에세이와는 다르게 글 한 묶음과 사진 한 묶음이 서로 번갈아 구성되어 있습니다. 포토에세이 하면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 (Way of Seeing)』을 빼 놓을 수 없는데, 둘은 또 다른 방식이군요.

존 버거(John Peter Berger, 1926 ~)

소제목의 배치도 특이하더군요. 대부분 제목 아래 글이 배치되기 마련인데, 각 장이 시작되는 곳에 글이 먼저 배치된 후 맨 아래 제목을 배치했습니다. 저자가 여려 명일 경우 이런 배치를 사용하면 글의 흐름이 끊기지 않을 것 같아 좋을 것 같아요.

제목이라는 것이 참 중요한데, 제목을 먼저 읽고 내용을 읽으면, 제목 틀 안에서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배치의 변화지만, 이런 점을 생각할 수 있겠더군요.

흑백 사진으로 느끼는 향수 그리고 사색

창문을 열면 보일 것 같은 일상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시장이 있고 교회가 있고 어렴풋이 골목길이 보입니다. 사람이 걷고 있네요.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빽빽이 빌라가 들어서 있어요. 멀리 아파트단지가 보입니다.

다음 사진에는 건널목 풍경과 시장이 클로즈업 됩니다. 동그란 물체가 겹겹이 쌓여 있는데 호박 같아 보이기도 하고 치즈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제가 올리브에서 방영하는 요리 프로를 많이 본 탓에 호박이 치즈로 보인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몇 장의 사진이 더 있습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사진을 본 탓인지 원래 대비를 강하게 한 것인지. 어렴풋한 윤곽 때문에 제가 기억하고 있는 시장의 풍경, 그 향수를 떠올리게 됩니다.

경동시장 사진은 흑백으로 정보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익숙한 풍경으로 쉽게 자신이 알던 것과 비교하면서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흑백 사진은 이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향수를 떠올리게 하고 시각적으로 존재가 단순해지지만 내면적으로 더욱 풍부해지는 그런 느낌말이죠.

본디 모습이 없는 장소

자연이 준 최초의 공간은 인간이 생산한 공간으로 거듭납니다. 다시 공간 이야기는 과학을 지나 철학으로 방향을 틉니다. 사실 ‘공간’이라는 것을 읽었을 때 이미 예견된 것이지만 말이죠. 하이데거가 말했던 ‘무장소성’(placelessness)도 등장합니다.

장소라는 것이 가지는 본디 모습, 그러니까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만든 문화라는 흔적이 있을 텐데, 그것은 참 고유한 모습일 겁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고 말을 하지만, 자세히 장소를 살피면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사라지면, 느낄 수 없게 되면, 이제 그 장소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은 재개발 되는 동네를 가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붕이 없고 벽이 무너진 모습 속에서 지난날의 본 모습과 새롭게 들어설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겠죠. 물론, 새로운 곳에서 장소사색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만들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늘 기존 장소성이 사라짐을 택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 앤드 어웨이(1992) (사진=다음영화)

파 앤드 어웨이(1992)를 기억하시는지요? 말을 달려 그토록 원하던 땅에 깃발을 꽂던 주인공(톰 크루즈)이 생각나는군요. 사실 그가 깃발을 꽂은 땅은 인디언의 땅이었습니다. 비유가 너무 심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도 조셉 도넬리처럼 다른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동시장은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적 권력관계, 계층문제, 개인 구성원들의 사회적 실천 등을 읽어 내는 데 유효한 텍스트가 되었다.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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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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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8개 입니다.

      • 흑백사진이 주는 오묘한 감정....느껴집니다.
        표지사진을 보니...북적이는 것 보다...한산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네요.

        잘 보고갑니다.

      • 네, 아무래도 어려운 상황일 것 같습니다. 계속 해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담론의 장이 형성되지는 않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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