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 감수, 김명철 옮김, 『정의란 무엇인가』, 와이즈베리, 2014

허리케인 찰리가 휩쓸고 간 뒤 발생한 가격 폭리 논란으로 인해 도덕과 법에 관한 어려운 질문이 떠올랐다.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이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연재해를 기회로 삼아 가격을 높이는 것은 잘못일까? 그럼 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면 어떤 법이 만들어져야 할까? 구매자와 판매자의 자유로운 거래를 침해하더라도 주정부는 가격 폭리를 금지해야 할까?

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 감수, 김명철 옮김, 『정의란 무엇인가』, 와이즈베리, 2014, 22쪽

간단한 문제라 생각했는데, 경제학자와 주 법무장관의 글을 읽으니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경제학자의 주장은 ‘공정 가격’은 허울일 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고파는 행위에서 과연 적당한 가격이라는 것이 있을까 싶군요.

비슷한 품목의 과거 가격과 현재 유통되는 가격을 비교하면 평균가를 측정할 수 있을 텐데, 이 가격이 과연 적당한 가격이라 할 수 있을까 싶더군요. 그렇다면, 주 법무장관의 말도 들어봐야죠.

그가 말하는 것은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곳에서 자유롭게 시장이 형성될 수 없고 이곳에서 사고파는 행위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가중되는 압력과 그로인한 강제적 구매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어떤가요? 저도 두 입장을 들어보니 쉽지 않은 문제로 보입니다. 경제학자가 말하는 수요의 증가로 원거리에서 공급이 이동될 거라는 말도 맞아 보이며, 주 법무장관의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강제적 구매가 이뤄진다는 말도 맞아 보입니다.

“얼마에 팔아라!”라고 법으로 정할 수 있을지. 특수한 상황에서 법으로 사고파는 행위를 규제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군요. 판매자는 경제학자의 말을 지지할 것이고, 피난민은 주 법무장관의 말을 지지할 것 같군요.

마이클 샌델은 이것을 정의의 의미, 그러니까 복지, 자유, 미덕의 초점에서 보면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정의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제가 앞선 글을 적으면서 잘못 적은 것 같습니다.

어떤 주장을 하는 이의 말을 지지한다고 적어 놓았는데, 마이클 샌델의 글을 읽고 나니, 어떤 주장을 지지한다고 적어야 옳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적으면, 가격폭리방지법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로 말이죠.

탐욕은 악덕이고 나쁜 태도다. 특히 타인의 고통을 망각하게 만들 때는 더욱 그러하다.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악덕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시민의 미덕과도 상충한다. 좋은 사회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 나간다.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기보다는 서로를 챙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이웃으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그러므로 지나친 탐욕은 좋은 사회라면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악덕이다.

위의 책, 25쪽

모 방송에서 화개장터 화재 소식을 접했습니다.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전국에서 전해진다는 소식과 함께 한 시장 상인의 말씀이 들려오더군요. 기억을 더듬은 말이라 정확하진 않겠지만.

“화재가 나서 사람도 오지 않고 어려운데, 온정의 손길이 참 고맙죠. 그런데 같이 장사하는 사람도 문을 닫으니 더 어려워요.”

흐뭇한 말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비록 동네 시장이 멀어 가까운 동네 마트를 이용하고 있지만, 가끔 들러 추억만 느끼고 발길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곳이 가까운 데 있다면 늘 다니고 싶더군요. 결국, 그분의 말씀은 미덕의 시각으로 화개장터의 상황을 말씀하신 것이겠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과연 온정의 손길로 모아진 자금이 제대로 사용될지 의문스럽고, 화재로 잿더미가 된 곳에 한옥 형태의 건물을 짓는다는 소식에 걱정도 들더군요. 장소의 모습은 사고파는 사람과 또 다른 이유로 드나드는 사람이 만들어 간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과연 그렇게 될까 싶습니다.

이런 의문에 대해서 마이클 센델은 “이중적 잣대, 딜레마”라고 표현했습니다.

풍요와 자유를 굳건히 지지하면서도, 정의에 있어서 판단의 요소를 개입시키고자 하는 한 가닥 소망을 품고 있는 것이다. 정의에 선택의 자유뿐만 아니라 미덕도 포함시키고자 하는 생각은 뿌리가 깊다. 정의에 대한 고민은 불가피하게 바람직한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 역시 포함시킬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위의 책, 28쪽

참 흥미롭고 재미있고 계속 읽고 싶은 책입니다. 한 꼭지만으로 이렇게 쓸 글이 많습니다. 어려운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꼼꼼히 읽으니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무척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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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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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8개 입니다.

      • 비밀댓글입니다

      • 아마도 미덕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그 내용을 읽고 있어요.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

        윽 추가로 질문을 올리셨군요. 비밀글이라 제가 좀 부당한 느낌이 드는데요. ㅎㅎ

      • 정의를 정의하는게 참말로 어려운 세상인듯 합니다.
        제가 가진 상식을 넘어서는 일들이 너무 비일비재하게 생겨나는 요즘이라...
        과연 무엇이 정의인지 참말로 어려운것 같습니다. ㄷㄷㄷ

      • 오, 용작가님. 참마로~ 참 와닿는 말입니다. 정의를 정의한다는 말도 그렇고요. 그래서 책이 참말로 흥미롭더군요. ^^

      • 사실 사회공헌의 현장에서 좀 일해보면 좋은 의도로 기부된 돈이 헛되이 쓰이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리... 저도 봉사활동과 기부 했다가 현장에서 그런 돈과 도움들이 취약계층의 자립을 막는 것을 알게 되고나서는 일반적인 사회공헌에 부정적이게 되고 그 대안으로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선택하다니 멋지십니다. 제가 아는 분들도 그런 분이 꽤 많습니다. 모쪼록 많은 대화와 비판으로 하고 계신 일이 늘 뜻 깊은 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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