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이후의 미술사: 이데올로기적 표상? 예술적 표상?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이데올로기적 표상? 예술적 표상?

한스 하케, 〈MOMA-투표〉, 1970년

거의 반나절을 끙끙거린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침에 미술사 공부를 마치고 읽던 책을 읽었는데, 오늘은 도통 그럴 틈이 없군요. 이데올로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1970년 이야기를 듣다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다녀온 기분도 듭니다. 여러 참고 글들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보니 지금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오늘은 ‘이데올로기: 반영과 매개’라는 주제인데,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어 루이 알튀세(Louis Althusser, 1918-1990)가 말한 것만 살펴봤습니다. (사실, 그것도 벅찹니다. 뭐가 이리 복잡한지요.)

중요한 것은 알튀세가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 전체(각 분야의 표상 내에 존재하는 하위 분야들까지 포함)로부터 예술적 표상(과 과학지식)을 구별한 점일 것이다. 알튀세에 의하면 예술적 표상은 명백히 모든 이데올로기적 표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예외적인 것이다.

해당 책, 29쪽

반영과 문화적 표상

그러니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영이라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겠더군요. 70년대에 미국의 미술사학자 마이어 샤피로(Meyer Shapiro, 1904-1996)에 따르면, 초기 마르크스주의 단계의 모델을 따르는 예술사회사학자들은, 문화적 표상이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이해관계가 거울에 비친 영상이며, 더불어 부르주아지(자본가 계급)에게 권위와 지배계급으로서 적법성을 유지할 수 있게 했습니다.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문화적 표상을 미술, 사진, 영화와 같은 예술 활동으로 바꿔 보면 금세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샤피로가 이후 둘 사이에 자율성을 깨달으면서 좀 더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예술 형성이 이데올로기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거울에 비친 깨끗한 반영의 모습이 아니라는 말일 것 같군요.

억압적 국가장치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

일단, 위에 인용된 글을 다시 읽기! 앞선 글과 비슷한 말이죠? 이제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해서 파악한 말은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입니다. 더불어 ‘억압적 국가장치’입니다. 이게 중요하군요. 전자가 종교, 교육, 법, 정치, 노조, 문화 등이라면, 후자는 정부, 행정기관, 군대, 경찰, 법정, 감옥 등입니다.

알튀세는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억압을 이데올로기로서 저항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군요. 점점 억압적 국가장치화 되가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20세기 초에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되었다면, 20세기 말에는 긍정적 개념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는 의미 같습니다.

관람자가 참여한 설치 작업

오늘은 글이 길어 이만 적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사진 한 장, 작가 한 명을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 무리하게 이어가봅니다. 1970년에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한스 하케(Hans Haacke, 1936-)의 설치 작업입니다.

관람자의 정치적 열망의 한계를 일깨우고 그들이 경험하고 결정할 때 느끼는 심리적 한계를 깨닫게 한다.

해당 책, 29쪽

앞서 인용한 글과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하케의 작업을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아래 추천기사를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그이는 수동적인 관람자를 설치 작업을 통해 능동적인 관람자로 변화시켰습니다. 전면에는 정치적 질문이 있고 ‘그렇다’와 ‘아니다’라는 투표함이 있습니다. 투표함이 투명하군요. 아크릴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참여하는 사람일수록 당혹스러울 수 있는 상황입니다.

투표 현황은 투표함에 설치된 자동 집계기를 통해 셈되며, 투명 투표함 때문에 어느 정도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 많다면 잠시 주저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런 과정과 실천을 통해서 심리적 한계를 경험하도록 하케는 의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 읽을거리

이미지 맵

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보고 읽고 쓰기/1900년 이후의 미술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4개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