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창조물’이 아니며 ‘구성된 것’임을 말하는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창조물’이 아니며 ‘구성된 것’임을 말하는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박이소 옮김. 2014.

페이스북 친구가 소개해 준 흥미로운 책을 읽었습니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로 원래 제목은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BIS)입니다. 대충 제목과 원래 제목에서 내용을 유추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1997년에 초판이 나왔고 3판 1쇄는 2011년, 3쇄가 2014년에 나왔더군요. 제가 읽었던 책은 3판 3쇄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다시 책을 찍을 수 있는 힘은 무엇보다 독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은이의 힘이 크겠죠. 또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너른 지식으로 옮긴이, 박이소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굳이 옮긴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아쉽게도 일찍 작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인사 말씀을 드립니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던 것은 어쩔 수 없이 요즘 읽고 있는 《1900년 이후의 미술사》(AS1900)였습니다. AS1900에서 언급된 사상이나 작품이 BIS에 드문드문 겹쳐 소개됩니다. 무엇보다 BIS는 뚜렷한 하나의 주제를 향해 직선 주행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은 비교적 최근(19세기)에 만들어진 개념일 뿐이며, 그런 의미에서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구분, 그러니까 현대미술과 대중문화를 가른 대분할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AS1900에 언급된 마르셀 뒤샹의 〈주어진〉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좋은 예가 될 듯합니다. 미술관에 놓인 참나무 문에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멍이 있습니다. 관람자가 뚫린 구멍을 통해 애써 들여다 본 것은 다름 아닌 여성의 누드입니다. 점등된 가스등은 마치 여성 자신이 그녀의 벌거벗은 몸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듯합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봅니다. 간혹 많은 이들이 미술작품을 보고 고개를 끄떡이거나 좋다는 표현을 할 때 실제 본인은 전혀 그런 감흥을 느낄 수 없지만,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 동조하는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전형적인 군중심리를 살펴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미술관은 관중 앞에 있는 작품은 늘 보편 정신, 즉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뒤샹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제도화된 회화는 개인의 창조물이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 구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의 기준을 제도적으로 만들어 그 판단 원칙에 적합한 것만 예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일상생활과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앞에 선 관람자는 그것이 마치 우리 모두를 위한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다시 BIS로 돌아옵니다.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해석’을 잘 표현한 문구도 없는 듯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진 이미지가 가지는 객관성은 그 힘을 잃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이미지의 등장으로 과연 객관성이라는 것이 존재할지, 의문스러울 정도입니다.

혹시 오해를 살까 싶어 글을 좀 더 적습니다. 책에서 고급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말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고급문화가 대중문화와 어울리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이 존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역설합니다. 스타니스제프스키의 말에 동의하며 스타니스제프스키의 의도대로 둘 사이, 그러니까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적절히 조합하는 방법론이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군요. 사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이 책을 읽고 공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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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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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2개 입니다.

      • 개인적으로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나누는 것은 사회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 반사회적인 문화가 가장 저급한 문화겠죠.

      • 사회 구성원의 공통된 생활 또는 행동양식을 문화라고 한다면, 사진이나 영화, 미술과 같은 예술도 문화이고 대중문화 또한 문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반사회적이라는 말씀은 반문화적이라고 고쳐 말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 내에서 어떤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그것이 타당한지 잘 모르겠군요. 책에서 언급된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는 과거의 개념입니다. 책 자체가 미술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과거로부터 하나하나 설명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용어가 등장했다고 생각됩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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