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도서대출 확인증으로 본 (내) 흔적의 의미

이 책을 도서관에서 대여했을 때, 다른 이가 이 책을 빌린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단순한 '대출 확인증'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버리고 싶지 않더군요. 그냥 그때 기억이 떠올라서요. 지금은 책갈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너무 무정한가요.

무엇이든 오래 간직하려면 그것을 잘 써야한다고 들었습니다. 상자에 넣어 놓거나 액자에 넣어 놓을 수 있겠지만, 그러면 시간의 흔적이 남질 않으니까요. 아, 사람의 흔적이라고 해야겠군요.

헌책도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빛바래고 누렇게 된 헌책도 느낌이 좋지만 그 책을 읽었던 사람의 흔적, 그러니까 낙서라든지 일부분이 꼬깃꼬깃해진 것이라든지 그런 것이죠. 언젠가 낡고 헐어 더 이상 제 몸을 지탱하지 못할 수 있겠죠. 그렇게 사라지는 것은 애석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헌책도 좋아하지만 새 책도 좋아합니다. 새 책에 때가 묻을까 싶어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는 느낌, 아마 새것을 사면 다들 그러지 않나요. 시간이 지나면 차차 처음 흥분이 가라앉고 진정으로 책과 만나게 되겠죠. 그러다가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제가 흔적이란 이런 순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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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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