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무: 의식의 거리란 무엇일까

두 번째 독서모임에 빠져 어색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모두 인심이 넉넉하고 같이 어울리기 좋아해 금세 다시 어울렸다. 이런 모임이 얼마만인가. 대체로 사회관계는 모르고도 아는 척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무시당하지 않으려 애쓰기 쉽다. 이번 모임에서 느낀 것은 이제 나도 가면을 벗어야 하지 않나 싶다. 예전 직장에서 몇몇 부하 직원과 얘기를 나눌 때 누누이 모르면 모른다고 서로 알리고 해결점을 같이 찾자고 말했는데, 이제는 내가 반대편 입장에서 지킬 것도 없는 것을 지키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한 얘기는 과거의 나를 돌이켜 보는 것으로 데카르트가 말한 ‘반성적 코기토’라고 할 수 있다. 사르트르는 이것을 다시 전반성적 차원이나 비반성적 차원에 머물러야 진정한 코기토라 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모두 ‘의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의식이란 무엇일까? 의식이 이렇다고 할 수 있다면, 그 이후에는 무엇이 발생하는가? 이것은 차차 알아가야 하니, 어제 일어난 일부터 고민해보자.

한 분이 ‘의식의 거리’에 궁금증을 풀어 놓았다. 책에서 말하는 거리가 물리적 거리는 아닌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는 내용이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고 모임 진행자의 중재로 다시 책을 보며 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질문자의 얼굴에 환한 빛이 뿜어진다. 아마도 어떤 것을 깨달은 듯했다.

독서모임의 매력은 모름지기 서로 궁금해 하던 것을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해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고,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다양성을 확인하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말: 질문자가 궁금했던 것을 나도 궁금해 생각하다 보니, 이런 노래 말이 떠오른다. “떠나가네. 사랑이 가네.” 어떤 것이 떠나간다는 것은 멀어져간다는 뜻이리라. 나에게서 점점 멀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것이 간다고 하니 혼란이 온다. 사실, 사랑이 간다는 것은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관념적 거리다. 사랑은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의식도 사랑과 같이 관념적인 개념이다. 이를 언어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사랑이 간다와 같은 비유적 표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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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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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4개 입니다.

      • 저는 마케팅에 있다 보니 "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요, 심리적 거리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주어진 상황을 추상적 혹은 즉물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경향성이 있다고 합니다. 담배 포장에 폐암 등의 경고 문구를 넣고 1) 지금 당장 살 것을 가정하고 구매 의향을 측정할 때와 2) 나중에 사는 것을 가정하고 구매 의도를 물어봤을 때, 심리적 거리감이 멀게 설정된 후자의 경우에서 경고 문구가 해당 브랜드의 솔직성과 신뢰감을 더 높여주어 오히려 구매 의향이 더 높아진다고 하는군요~ ^^

      • 거리감을 느끼게 함으로서 구매효과는 물론 신뢰감까지 준다니 흥미롭네요. 어떻게 보면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언급된 포수가 참새를 조준하고 있는 상황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1)의 상황이 조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2)의 상황은 그렇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아요. 정립, 비정립으로 구분하고 있더군요. ^^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안부 인사 드립니다.
        바쁜게 잘 지내는거라고들 하시던데, 그런면에서 누구보다 아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커피한잔 느긋하게 내려마실 시간도, 필름한롤 물려놓고 산책할 여유도 없지만 지금 제 나이대라면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 어이쿠, 이게 얼마만인가요. 정말 바쁘신가봅니다. ㅜㅜ 네이버에 RSS로 소식을 접하고 있는데 요즘은 통 소식이 없어 말씀처럼 잘 지내고 계신가 보다 했습니다. 저는 그렇지 바쁘지는 않지만, 최근에 독서모임을 하면서 재미나게 살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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